103년 꼴찌,1년만에 1등: 역전의 비밀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0.02.19 09:27

[1등 지점의 DNA] 신한銀 종로3가지점 '영업대상' 스토리

1등은 달랐다. 목표가 분명했다. 남들이 못한다고 손가락질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빛을 못 보는 순간에도 죽도록 노력했다. 쓰러질 위기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신한은행 720개 영업점포 중 지난해 영업대상을 받은 종로3가 지점 얘기다. 통합 전 조흥은행 지점으로 1906년에 설립됐지만, 그동안 영업 잘했다는 이유로 변변한 상 한번 못타본 곳이다.

그러던 곳이 지난해 영업대상을 받았다. '꼴찌의 반란'으로 113년 신한은행 영업대상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 지난 1월16일 서울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09년 신한은행 종합업적평가대회'. 종로3가 지점이 영업대상을 받았다.(사진: 신한은행)

◇꼴찌에서 1등으로=1등 점포는 서울 지하철 1·3·5호선 환승역인 종로 3가에 자리를 잡았다. 옛 조흥은행 시절인 1967년 일이다. 유동 인구가 많아 좋은 영업조건을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다르다. 주변에 경쟁 은행 지점이 6개나 있다. 치열한 영업 전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2000년대 들어 종로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영업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거래 업체 절반 이상이 이주하며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나타났다. 거래 고객 대부분이 공구업체 등 영세업체 직원으로 신용도도 좋지 않았다. 최악의 조건이 지속됐고, 점포도 생기를 잃었다.

그런데 2009년 이익성 전 지점장(현 본점 개인금융부장)이 부임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는 고객 업체들을 면밀히 분석한 뒤 베어링, 귀금속, 휘장·상패, 의료기 도소매, 공구 기타 등 5개 업종으로 구분했다. 직원 12명도 소규모 팀으로 짰다.

영업에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100여 개 업체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업무 시간은 물론 퇴근 후 1~2시간을 자진해서 뛰어다녔다.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던 업체들도 하나 둘 마음을 열고 거래를 트기 시작했다.

2008년 불어 닥친 금융위기는 오히려 기회였다. 종로 3가 일대는 귀금속 상가가 밀집된 곳. 환율과 금값 폭등 상황이 연출되자 현금 거래가 많은 환전상이나 금 거래상들은 분단위로 포지션 거래를 요구했다. 직원들은 모든 선물 환과 현물 환 포지션 거래 명부를 작성하는 등 체계적인 고객 관리에 나섰다. 차별화된 서비스에 감동한 업체들이 하나 둘 점포를 찾기 시작했다. 결과는 지난해 상반기 '은상'으로 돌아왔다.

↑ 신한은행 종로3가 지점 전경.(사진: 다음 지도서비스)

◇'고객감동, 가자! 단상으로'=이 지점의 구호다. 직원들은 지난해 매일 이 구호를 외친 뒤 일을 시작했다. 대상을 받아 연말에 꼭 시상식 단상에 서자는 다짐이었다. 은상도 받았겠다 하면 될 것 같았다.

직원들은 원칙을 세웠다. 하루에 신용카드 10좌씩 새로 트지 않으면 퇴근하지 않는 다는 것. 한 여름엔 에어컨도 없는 귀금속 공장에서 2시간 이상 기다렸다 카드를 텄고, 아크릴 냄새가 진동하는 공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루는 이 전 지점장이 개인사정으로 일찍 퇴근하다 직원들에게 잡힌 적도 있다. 대뜸 "오늘 10좌 달성 못하셨는데요"라는 말이 나왔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급하게 목표치를 채운 뒤에야 퇴근할 수 있었다.

12월이 되자 전투의지는 최고조에 달했다. 연초 대비 모든 평가부문에서 120% 이상 목표 달성했다. 2008년 1200억 원이었던 수신고가 1600억 원까지 뛰었다. 200좌 안팎이던 신용카드 신규 가입좌수도 290좌까지 늘었다. 연체율도 0.2%에서 0%로 낮췄고, 하위권을 맴돌던 고객만족도는 3위까지 올라갔다.

이 전 지점장은 "처음엔 수동적이었던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잘 따라줬다"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하루하루 목표를 채워나갔다"고 말했다.
↑ 지난해 5월 봉사활동 모습. 서울 종묘 문화재 보존행사에 나선 종로3가지점 직원들.(사진: 신한은행)

◇'조직원간 무한신뢰'=이 전 지점장이 답한 1등 점포의 비결이다. 지난 1월 서울 잠실에서 열린 '2009 업적평가대회'에서 직원들은 대상을 수상하며 단상에 올랐다. 직원들과 얼싸안고 이 전 지점장은 눈물을 훔쳤다. 그동안의 고생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는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란 말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장수와 병사가 뜻을 같이 하면 전쟁에서 승리 한다'는 의미다. 그는 "리더가 솔선수범하며 직원들을 먼저 감동시키고, 한마음으로 일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며 "전쟁터인 영업 현장에서 서로 신뢰하며 가족같이 지낸 게 1등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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