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햄릿 국회'와 분양가상한제

머니투데이 송복규 기자 | 2010.02.19 15:59
"우리나라 국회에는 햄릿들만 모여 있나봐. 개정안 발의한지 1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결론을 못내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A건설사 직원) "햄릿처럼 고민이나하면 다행이지. 지방선거다 뭐다 눈치보느라 제대로 논의조차 안하잖아." (B건설사 직원)

업계 지인 몇명과 "(술 없이)밥만 먹고 집에 가자"며 만든 저녁 자리가 때아닌 '햄릿'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 올랐다. 건설업계 최대 화두인 분양가상한제에 대한 대화가 오가다 결국 햄릿, 돈키호테 얘기까지 흘렀다.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지난 17일 국회 국토해양위원 제1차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되지 못했다. 이 법안은 오는 22일 3차 법사위에 재상정될 예정이지만 최종 결론이 날 지는 미지수다.

상한제 폐지 관련 개정안은 국회에서 새 해를 맞은 묵은 법안이다. 관계 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상한제 폐지 입장을 공식화한지는 1년도 훨씬 넘었다. 정종환 국토부 장관까지 나서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 정도면 국회가 열릴때마다 건설업계가 "이번에 폐지되겠지"라며 은근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상한제 폐지 법안은 국회에서 브레이크가 걸린 채 1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이쯤됐으니 시원한 해답이 나올만도 한데 6월 치러질 지방선거가 또 다시 길을 막았다.


상한제 폐지를 반대했던 민주당 의원들 뿐 아니라 관련 법안 3개를 발의한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문제는 국회의 결정이 늦어지면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대감이 앞선 건설사들은 '사실상 마지막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라는 홍보를 시작했고, 수요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마음만 조급해진다.

기다리다 지친 시장에선 '햄릿형 국회'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했다. 햄릿이 우유부단한 사색형 인간을 대표하는 캐릭터임은 국회의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풍차를 행해 무작정 돌진하는 돈키호테가 햄릿보다 낫다는 얘기가 아니다. 상한제 폐지가 됐든, 유지가 됐든,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시장은 이상향을 향해 돌진하는 '행동형 국회'를 바라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지하철서 지갑 도난" 한국 온 중국인들 당황…CCTV 100대에 찍힌 수법
  2. 2 김호중, 뺑소니 피해자와 합의했다…"한달 만에 연락 닿아"
  3. 3 "1.1조에 이자도 줘" 러시아 생떼…"삼성重, 큰 타격 없다" 왜?
  4. 4 김호중 '음주 뺑소니' 후폭풍…끈끈하던 개그 선후배, 막장소송 터졌다
  5. 5 빵 11개나 담았는데 1만원…"왜 싸요?" 의심했다 단골 된 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