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이상화, 박태환까지… 이들의 공통점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10.02.17 18:39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신예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메달 유망주들 대신 대표팀 '막내급'들이 돌출, 당당하게 세대교체를 이뤄내고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한국에 메달을 안긴 삼총사는 모두 '88둥이'로 묶을 수 있다.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승훈 1988년생, 15일과 16일 500m 금메달을 '싹쓸이'(sweep)한 모태범과 이상화는 공히 1989년 2월생이다. 88년생과 학령과 학번이 같다.

88 서울올림픽 이후 대한민국 체육의 비약적 성장을 함께 한 세대다. 이들은 특히 아시아인의 체격과 체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종목에서 세계 정상에 올라 놀라움을 배가했다. 이승훈은 장거리에서 메달을 따낸 최초의 아시아인으로 기록됐다.

트랙이 좁아 키가 작은 동양인에게 유리하다고 알려진 쇼트트랙과 달리 스피드 스케이팅은 백인들의 전통적인 금밭이었다. 따라서 이들의 출현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이 이룬 성과에 비견할 만하다. 역시 동양인은 불가능하다던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은 89년생이다. 당시 언론이 명명한 '88올림픽 키즈'의 활약이 겨울 스포츠로까지 확산된 셈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이정수도 89년생으로 21세의 반란에 한몫했다.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유력한 메달후보였던 선배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이들은 글로벌세대라 불리기도 한다. 88올림픽 전후로 출생, 90년대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한 젊은이들이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데다 개인적인 성취를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이 세계 10위권을 넘보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된 스포츠 과학의 수혜자들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체육과학연구원(KISS)은 개인별 체력과 스타트 반응시간을 분석, 각 선수의 부족한 구석을 채웠다.

손가락에서 뽑은 피로 선수의 피로도, 젖산 농도를 검사해 몸상태를 체계적으로 점검했다. 스타트 시 더욱 효율적인 스피드를 내기 위한 발의 각도까지 계산해냈다.

KISS 성봉주 책임연구원(운동생리학 박사)은 "20대 초반 선수들은 주변을 의식하기 보다는 스스로 경기를 즐겨하고 목표가 뚜렷한 것이 특징"이라며 "젊은 선수들의 체형은 서구화됐다. 여기에 체력강화운동과 역학적 분석이 더해져 충분히 메달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밴쿠버를 누비는 한국 선수들은 국제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위풍당당한 태도가 돋보인다. 집단적 가난도, 독재도 경험하지 않은 덕에 부정적 마인드와도 거리가 멀다. 지구촌 단위의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자신감이 이들에게 그대로 심어졌다.

두뇌계발전문가 김용진 박사(교육심리학)는 "상대적으로 풍족하게 자라난 이들 연령대는 고정적인 생각과 이미지의 틀을 스스로 완화시킨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편견을 버리고 논리적 사고와 경험을 배제한 상태에서 마음껏 상상함으로써 겁이 없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누리기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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