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리스 지원합의, "실망"..시장 반응 미지근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 2010.02.12 08:40

그리스 증시마저 약세

유럽연합(EU)이 그리스 긴급 지원의 용단을 내렸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구체적 방안이 결여된 원론적 합의에 불과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27개 EU 회원국 정상들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특별 정상회담에서 재정적자 누적으로 국가신용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를 돕기 위한 즉각적인 재정 지원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그리스 지원 방안은 유로존 경제 안정과 유로화 가치 유지를 위해 필요할 경우, 나머지 유로존 국가가 그리스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세부 지원 방안은 오는 16일 열리는 EU 회원국 경제재무장관회의(ECOFIN)에서 논의하도록 했다.

회의 결과에 시장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일단 EU의 그리스 지원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 채 기대한 것은 보다 적극적인 지원 방안과 앞당겨진 지원 시기였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조나단 로인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인터뷰에서 애매모호한 선언적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의안을 혹평했다. HSBC의 스티븐 메이저 역시 시장이 안심할 수 있는 보장을 원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면서 투자자들의 그리스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그리스 지원을 주장했던 영국, 스웨덴 등 비유로존 국가는 지원에서 제외됐다. 이 결과 비유로존 국가는 부담을 덜었지만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국가는 오히려 재정 부담이 가중됐다.


이에 장중 상승세를 보이던 독일, 프랑스 증시는 오히려 지원 합의 소식이 전해진 후 하락 반전했다. 독일 DAX30지수는 32.44(0.59%) 내린 5503.93으로, 프랑스 증시 CAC40지수는 18.86(0.52%) 하락한 3616.75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반면 지원국 명단에서 빠진 영국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구체성과 적극성이 모두 부족한 지원 합의에 지원 대상인 그리스 증시마저 하락 마감했다. 그리스 증시 아테네종합지수(ASE)는 전일 대비 0.51포인트(0.03%) 떨어진 1940.31로 장을 마감했다.

유로화도 약세를 보였다. 이날 달러/유로 환율은 뉴욕 외환시장에서 전일 대비 0.3%(0.0042달러) 떨어진 1.369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그리스 국채에 대한 시장의 신뢰 개선 정도도 기대에 못 미쳤다. 이날 5년 만기 그리스 국채 신용디폴트스왑(CDS)은 전일 대비 0.65% 떨어지는데 그쳤다. 유사한 재정적자 위기를 겪고 있는 남부유럽권 스페인, 이탈리아의 국채 CDS는 2.13%, 0.17% 각각 하락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CDS는 오히려 6.81%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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