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리스 지원 구체적 방안 없어 '실망'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10.02.12 01:19
-"필요하다면 지원" 선언에 그쳐
-구체적 내용 빠져 불안감 여전
-시장 실망..증시에 악영향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이 재정적자와 채무증가로 위기에 빠진 그리스를 지원하는 데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리스 사태의 즉각적인 해결을 기대했던 시장에 실망감이 번지면서 뉴욕과 유럽 주요 증시가 하락했고 유로화도 약세를 보였다.

EU 회원국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그리스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합의 내용은 △유로존 전체의 재정 안정을 위해 유로존 회원국은 그리스를 지원할 수 있으며 △구체적 방법은 오는 16일 열리는 EU 회원국 경제재무장관회의(ECOFIN)에서 논의하도록 하고 △그리스 정부에 2010년 재정적자를 4%로 줄이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는 등이다.

논란이 됐던 국제통화기금(IMF)의 참여에 대해서는 구제방안을 유로존 국가들이 주도하되 구제금융에 대한 IMF의 전문적 기술에 기초해 추가적 조치를 제안할 수 있다는 정도로 정리됐다.

헤르만 판 롬파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만약 유로존 전체의 재정적 안정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면 유로존 멤버 국가들이 단호하고 조직화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모든 유로존 멤버들은 유로존의 재정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공동 책임이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2010년과 그 이후까지 경제안정 프로그램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려는 그리스 정부의 노력과 약속을 전적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실질적인 해법 마련은 뒤로 미루고 원론적인 선언에 그친 것은 우선 EU의 제도적 한계 때문으로 분석된다. EU는 '개별 국가가 각자의 경제를 책임진다'는 원칙 아래 특정 국가를 지원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비록 특수한 경우는 예외라는 조항을 두긴 했지만 EU 차원에서 그리스에 차관을 주거나 금융지원을 하자면 걸림돌이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스 지원 주체를 EU 회원국 전체가 아니라 유로를 사용하는 국가로 한정한 점도 주목된다. 영국 스웨덴 등 유로권 바깥의 회원국들은 일단 부담을 덜게 됐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로권의 핵심국가들은 유로화의 위상을 고려, IMF의 그리스 지원에 부정적이었지만 비유로 국가들은 IMF가 그리스를 지원해야 한다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시장은 대체로 실망한 분위기다. 당초 EU의 그리스 지원은 기정사실로 간주됐고 시기와 방법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미국 스튜어트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말콤 폴리 수석은 "그리스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후유증인 재정 문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며 "세계 전체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어 시장에 불안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포티스은행의 닉 쿠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뭔가 조치를 한다면 시장은 일단 긍정적일 것"이라면서도 "그리스에 대한 일시적 조치에 그칠 경우 다른 나라가 또 위기에 빠지면 그 때는 어떡할지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시간 오전 11시10분 달러/유로는 전날보다 1% 떨어진 1.3606달러를 나타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와 관련 "그리스는 홀로 버려지지 않겠지만 (그리스를 지원하기 위한)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그 바탕 위에 우리는 지원 방안에 합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어떤 필요한 조치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EU의 주도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섰다. 양국 정상과 롬파위 상임의장, 주제 바로수 유럽 집행위원회(EC) 위원장 등이 잇따라 만나며 해결책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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