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율 규제, 채권시장에 아군? 적군?

더벨 황은재 기자 | 2010.02.23 11:25

회사채 투자 늘수도..장기적으로는 "채권매수 여력 약화"

더벨|이 기사는 02월08일(07:0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예대율 규제가 부활됐다. 시중 자금이 은행 예금으로 쏠려 채권 매수 여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규제 부활 발표가 있은지 2개월. 예대율 규제가 오히려 금리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만기 1년 이하 은행채나 공사채, 통안채는 품귀를 보였다. 매수처는 은행.일부 은행들이 그동안 잘 사지 않았던 회사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대출을 줄일 수 없는 은행들이 일단 예금 수신을 확대했고 예대율 100% 내외에 근접하면서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는 만기도래하는 족족 상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예금 폭주와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은행채·CD 만기간에 갭(Gap)으로 자금이 남게 됐고 여윳돈을 운용하기 위해 채권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자산운용사에 아웃소싱하는 자금의 만기는 3~6개월. 올 상반기면 예금 유입과 은행채 상환과의 갭(Gap)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 예금 유치 경쟁한 은행들, 채권에 위탁운용

지난달 1월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신규로 설정된 사모채권형펀드는 2조6096억원(설정원본 기준)으로 집계됐다. 28일과 29일에는 7869억원과 5200억원이 새로 설정됐다. 일반 기업들의 여윳돈과 함께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자금이 대거채권형펀드로 들어왔다.



은행들은 자금관리를 위해 직접 운용할 경우 통안채와 같은 만기가 비교적 짧은 채권을 매입하거나 자산운용사에 만기 1년 이하로 아웃소싱을 한다. 이번 역시 자금관리 목적이라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은 일상적인 자금 관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은행들은 지난해 초부터 은행채·양도성예금증서(CD) 조달을 줄이고 대신 예금 유치에 나섰다. 예대율 규제 부활 발표 이후 그 강도는 훨씬 세졌다. 그 결과 은행채와 CD는 순상환됐고 정기예금이 늘어 그래도 예금 유입 속도가 더 빨랐다.

은행들은 대대적인 예금 확보 경쟁을 벌였지만 대출을 대폭 확대할 수 없다 보니 돈 굴일 곳을 찾기 어려웠다. 마냥 현금을 쌓아놓고 있을 수 없는 은행들은 직접 채권을 사거나 자산운용사로 자금운용 아웃소싱을 시작했다.

아웃소싱으로 얻는 이익도 괜찮았다. 2009년9월말 기준 원화예수금의 평균 만기가 7.6개월. 신용등급 AAA은행채 9개월물로 펀드를 운용했을 경우 12월에는 연 0.52%포인트, 6개월물 은행채를 편입했다만 0.16%포인트의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A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예금금리가 높아서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갔는 데 이제는 은행에 자금이 남아서 유가증권을 사거나 채권형펀드로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며 "예대율 규제가 채권시장에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B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1월말과 2월초에 있었던 은행의 자금 집행은 시작단계"라며 "2월 들어 본격적인 자금 집행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국민은행의 경우 이달 중 추가 자금운용 아웃소싱을 검토하고 있고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회사채 투자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역별로 봤을 때 지난 1월에 가장 많은 회사채를 순매입한 곳은 보험이 아닌 은행이었다. 은행은 1월에 5040억원 어치 회사채를 순매입했다. 회사채 투자가 많았던 보험사는 RBC 제도 적용을 앞두고 회사채 투자 비중을 줄였다. 대신 만기 5년 이상 장기 공사채 투자에 집중했다. 물론 1월 한달 동안 은행 금전신탁에 2조2868억원이나 순유입된 영향이 커 고유 계정의 투자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도 예대율 규제로 고유계정에서 회사채 투자를 확대하고자 하는 유인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대율 규제를 지키기 위해 자산운용패턴에 변화를 준다면 회사채 투자 비중을 늘려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발행된 신세계(AA+) 121회차 채권 가운데 상당 규모를 하나은행에서 투자했다. 신세계는 대신 회사채 발행으로 대출과 같은 사모사채(국민은행 인수)를 갚았다.

◇ 예대율 효과 3~6개월 내 끝?

예대율 규제에도 불구하고 유가증권 매입이 늘고 회사채 투자까지 생각하는 것은 예대율 규제 도입 이후 과도기적인 현상이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강력한 화두가 된 '규제'에 은행들은 일단 맞춰놓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했다. 은행채와 CD는 상환은 순차적이다. 시간이 흐르면 지금과 같은 일시적인 자금 과부족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98조원어치가 발행된 CD의 경우 만기를 감안하면 6월경이면 대부분 만기도래한다. 은행채도 2월부터 6월까지 47조7950억원이 만기도래 한다. 한달 후인 7월까지 하면 60조4750억원의 만기가 예정돼 있다. 시중자금이 예금으로 쏠리고 다시 유가증권이나 펀드 등으로 환류되는 일은 부쩍 줄어들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예대율 규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은행은 예금 중심의 조달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성장을 위해 상대적으로 수익이 큰 대출을 유지하고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 논의도 외부차입 등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를 제한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회사채 투자 역시 늘어날 수 있지만 자기자본비율(BIS비율) 유지, 자산운용의 보수성 등을 감안하면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채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금을 쌓아놓은 우량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적극적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대율 규제로 은행이 예금 유치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채권 매수 기반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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