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명분, 박찬구 실리… 박삼구 회장은?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0.02.09 11:25

[현장클릭]'2박3일 금호삼국지 주인공의 손익계산서'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문제가 결국 채권단과 박삼구, 박찬구 형제가 나눠서 경영하는 '삼분지계(三分之計)'로 일단락됐습니다. 오너가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집을 제외한 전 재산을 내놓되 관계회사와 국가경제를 위해 그룹은 살리자는 '윈윈, 상생의 길'을 찾은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한 사람들의 손익계산서는 어떻게 될까요?

먼저 금호그룹에 '오너의 사재출연 없이는 자금지원 및 경영자율성 없다'는 최후통첩을 날린 민유성 산은금융그룹 회장은 '한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오너의 사재출연 문제가 민 회장의 뚝심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에서입니다. '구조조정의 선봉에 섰다'는 명분을 챙긴 것이지요.

↑ 김영기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사진 왼쪽)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은행 긴급 간담회를 마친 뒤 후속조치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이명근 기자
민 회장은 토요일이던 지난 6일, 출입기자단과 남한산성 산행을 마친 후 "금호가(家)의 사재출연과 관련, 7일을 시한으로 최후통첩 했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강력한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금호그룹을 압박했습니다. 사재출연 범위는 살고 있는 집을 제외한 전 재산임도 재확인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금호 일가에 여러 차례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지만 메아리 없는 함성일 뿐이었습니다. 금호그룹 일부 오너가 완강히 버텼기 때문입니다.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특히 그랬습니다. 그는 지난해 7월 박삼구 명예회장의 그룹 운영에 반대하다가 금호석화 회장에서 해임된 뒤 경영에서 배제된 상태였습니다.

박찬구 전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이번 힘겨루기에서 실리를 챙긴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전 재산 출연이라는 아픔이 있었지만, 잃었던 금호석화의 경영권을 되찾았기 때문입니다.


박찬구 전 회장은 그동안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금호그룹이 망가지게 된 것은 박삼구 명예회장의 무리한 욕심(대우건설 인수) 때문인데 자기가 속죄양이 됐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런 억울함을 내세우며 사재출연 없이 경영복귀를 꿈꿔왔습니다. 그가 지난 5일,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무기로 경영복귀 의사를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시도는 민 회장의 강력한 역습을 받았고, 살고 있는 집 외의 모든 재산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자는 이것을 빗대 '혹을 떼려다 오히려 더 붙였다'고 합니다만, 금호석유화학 경영권을 되찾은 실리를 생각한다면 비용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삼구 명예회장의 손익은 아직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금호타이어 경영을 맡게 됐지만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등은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채권단은 일단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등을 채권단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이들 기업이 정상화 된 이후 경영권은 박삼구 명예회장에게 넘어갈 공산이 커 박삼구 명예회장도 실리를 챙길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구조조정의 고통도 뒤따를 것입니다.

또 '형제의 난'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까지 박찬구 회장을 해임했지만, 외부의 힘에 의해 복권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은 견디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 금호그룹 사태에서 금호 직원들과 협력업체는 상처만 입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다행히 곧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자금이 지원될 예정입니다. 얻는 것 없이 잃기만 한 금호그룹 임직원과 협력업체가 며칠 앞둔 설을 앞두고 얼굴을 활짝 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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