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적립금 사실상 '몰빵'식 운용

더벨 박민규 기자 | 2010.02.10 10:57

은행·증권·보험 사업자, 자기 권역 상품에 대부분 투자

더벨|이 기사는 02월08일(07: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사들이 고객들이 맡긴 적립금을 운용하면서 대부분 자신들의 권역 상품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주로 예·적금으로 운용하고 증권사는 주가연계증권(ELS)나 펀드, 보험사는 금리확정 또는 연동형 보험상품을 통하는 식이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상품 수요가 늘어나게 돼 좋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의도하지 않게 '쏠림투자'가 되는 셈이다.

◇'우리 상품'에 '몰빵'

7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사업자인 은행의 경우 적립금 중 예·적금 투입비율이 무려 8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채권형펀드에 일부가 들어갔지만 비중은 8.0%에 불과했다. 예·적금에 거의 '몰빵'한 셈이다.



보험사나 증권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험사의 경우 적립금을 보험상품으로 운용하는 비중이 90%를 넘어섰다.

생명보험사들은 보험상품 비중이 각각 금리확정형 66.4%, 금리연동형 24.3%, 실적배당형 2.1%로 다 더하면 92.7%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금리확정형 74.1%, 금리연동형 18.0%, 실적배당형 2.6%로 합치면 94.7%로 사실상 올인 수준이다. 이 보험상품들은 예금 및 유가증권 등에 투자되는 구조이긴하지만 투자비중은 보험사의 입맛에 좌우된다.

증권사의 경우 원리금보장 ELS가 33.5%, 채권형펀드 등 펀드가 29.0%로 투자상품 비중이 62.5%로 높았다.

은행이나 보험사들 중 적립금이 국공채에 투입된 곳은 전무했고 그나마 증권사의 경우 달랑 53억원(0.3%)이 투입됐을 뿐이다.


◇고객은 뒷전

퇴직연금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사들은 퇴직연금에 가입하려는 기업이나 근로자 개인으로부터 적립금을 수탁해 운용관리계약을 맺는다.

이 적립금을 다시 자산관리계약을 통해 실제로 굴리게 되는데 대부분 금융사들이 수탁한 적립금을 스스로 운용한다. 대부분 신탁업 라이선스가 있어 굳이 타 금융사에 위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퇴직연금에 가입할 경우 금융사가 제시하는 운용방법 중 직접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이나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 금융사들이 권하는 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금융사들이 자신들 권역의 상품 운용에 더 많은 노하우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는 '우리 상품 밀어주기'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도가 지나친 수준으로 보인다.

자산운용의 기본은 안정된 포트폴리오 구축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 운용은 단기간에 반짝 성과를 낼 수는 있을지 몰라도 언젠가 리스크가 노출되기 마련이다.

너무 안전자산에만 투입되는 것도 고객 입장에서 손해일 수 있다. 적당한 수익과 안정성의 적절한 배합이 관건인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와 같은 쏠림현상은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적립금을 운용함에 있어 고객보다는 자신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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