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출연과 경영권, 敗者없는 금호 삼국지

김창익 정진우 기자 | 2010.02.08 19:32

민유성 행장 승부수에 굴복한 금호그룹 오너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오너일가 사재출연 문제가 구조조정 총괄책임자인 민유성 산업은행장의 승부수로 일단락 됐다. 민 행장은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금호그룹은 오너의 사재출연을 댓가로 경영권 확보라는 실리를 챙기게 됐다.

채권단과 오너 일가는 지난해 12월30일 구조조정 계획한 발표 이후 대립 양상을 보였다. 오너 일가 일부가 사재출연 등 부실 경영책임을 지기 위한 이행합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워크아웃,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자율협약을 골자로 한 금호그룹 구조조정은 이에 따라 한 달이 넘도록 지지부진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38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 지원도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거부에 가로막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전 회장이 채권단과의 협의 없이 경영복귀를 선언하자 민 행장이 결국 칼을 빼들었다. 구조조정의 선결조건인 대주주 책임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는 계열사 회생을 위한 신규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수많은 협력사 도산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 행장은 오너 일가의 100% 사재출연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금호석유화학에 대한 자율협약을 철회하겠다며 오너일가를 압박했다. 금호석화에 대한 자율협약을 철회할 경우 1년 채무만기연장과 최장 5년 경영권 보장에 대한 약속을 철회된다. 채권단이 여신 회수와 경영권 박탈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7일을 합의서 제출시한으로 못 박았다.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해 마지막 결단을 압박했다.

민 행장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아들 박재영씨를 제외한 오너 일가 전원이 대주주 책임이행 합의서에 결국 서명했다.

금호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석화 대주주지분은 1남인 고 박성용 명예회장 아들 박재영씨 4.45%, 2남인 고 박정구 회장 아들 박철완씨 11.96%, 3남인 박삼구 명예회장과 그 아들 박세창씨 11.96%, 4남인 박찬구 전 회장과 아들 박준경씨 17.96% 등이다.

박철완씨 등 일부 대주주가 시한을 넘기면서 버티자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합의는 한 때 진통을 겪었다. 민 행장은 8일 채권단 부행장급 회의를 소집해 막판 압력을 가했다.

산업은행은 8일 오전 10시 출입기자들에게 "오후 2시30분 금호아시아나그룹 채권단 부행장과 대주주간 회의, 오후 4시 기자회견 개최"라는 내용의 긴급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상황이 얼마나 긴박하게 돌아갔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채권단은 이날 오후 회의에서 금호석화에 대한 자율협약을 철회하고 워크아웃 등 강력한 후속조치를 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오후 2시쯤 채권단 내부에선 기존 상황에 변화가 나타났음이 감지됐다. 그동안 경영책임 이행합의를 거부한 일부 대주주가 막판에 합의서를 제출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채권단은 곧바로 사실을 확인했다.

마지막까지 반발했던 박철완 금호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이 합의서를 제출한 것. 그의 지분(11.96%)은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 중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그가 합의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100% 동의서 제출이란 산업은행의 요구사항은 묵살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었다.

김영기 산업은행 수석 부행장은 "경영 부실에 대한 책임이 없는 박재영씨를 제외한 오너 일가가 100% 사재출연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회의가 시작할 시간인 오후 2시30분엔 금호그룹 대주주 관계자들이 모습을 보였다. 기옥 금호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을 비롯해 박찬구 전 회장 측 변호사 등이 7층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회의는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그동안 책임이행을 거부해 온 일부 대주주가 경영책임 이행에 대한 합의서를 제출, 그동안 논란이 된 대주주 경영책임 이행문제는 일단락된 터였다.

채권단 관계자는 "회의에 들어가기 전엔 금호그룹을 압박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었다"며 "금호 오너측이 끝까지 버티다 압박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자 결국 백기 투항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오후 4시, 김영기 산은 수석부행장과 한대우 부행장 등 채권단 핵심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장으로 왔다. 김영기 수석부행장은 "금호그룹 대주주가 이행합의를 해와 당초대로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추후 채권단간 협의를 통해 모색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달 반 동안 지지부진했던 금호그룹 구조조정의 걸림돌은 마지막 단계에선 '싱겁게' 제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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