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본안소송 첫 판결‥은행 승소(종합)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배혜림 기자, 김성현 기자 | 2010.02.08 16:15

"부당한 계약 아니며 설명의무 위반했다고 볼 수 없어"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를 두고 기업과 은행 간에 벌어진 첫 본안 소송에서 법원이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불공정 거래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돼 온 '키코' 계약과 관련해 법원이 은행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현재 계류 중인 100여건의 '키코'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임성근 부장판사)는 8일 ㈜수산중공업 등이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재판부는 씨티은행이 계약 해지 결제금을 지급하라며 제기한 반소(反訴)에서는 "기업들은 환헤지 상품 가입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기회이익을 잃은 것일 뿐으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며 수산중공업이 은행 측에 3억1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산중공업은 환율이 상승하면 무제한의 손실을 입는다고 주장하지만 상품 자체가 환위험 회피에 적합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사기나 기망에 의한 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며 "특히 수산중공업과 같이 외화 현물이 있는 상태에서는 헤지를 목적으로 통화옵션을 체결한 경우 환율의 상승에 따라 현물자산에서 이익을 보게 되므로 손실과 이익이 상쇄되는 구조"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키코가 은행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상품이라는 주장에 대해 "수산중공업이 계약 체결 당시 은행이 일정한 이익을 볼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고 키코 계약으로 은행이 얻는 이익이 다른 금융거래에서 얻어지는 것에 비해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불공정 약관이므로 무효라는 주장 또한 계약금액이나 행사환율, 레버리지 등을 개별 교섭한 만큼 계약 조항이 모두 약관이라고 볼 수 없다"며 "수산중공업의 과거 20여건의 장외파생상품 거래 경험에 비춰볼 때 은행이 적합성의 원칙 또는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을 맡은 임 부장판사는 "은행과 기업은 반목의 상대가 아니라 상생의 관계가 돼야 한다"며 "급격한 환율 변동 때문에 기업과 은행이 서로 반목한데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제 이 사건은 털고 경제 주체로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수산중공업은 지난 2008년 11월 "우리은행 측이 계약 당시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아 '불완전 판매'로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 수산중공업의 변호인 측은 지난 3일 재판부에 변론재개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오르내릴 경우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외화를 은행에 팔 수 있도록 해 기업과 은행이 환위험을 상쇄하는 파생상품으로 현재 키코 계약을 했다가 피해를 본 100여곳의 기업이 계약이 불공정하다며 소송을 낸 상태다. 키코 소송은 최근 기업과 은행이 노벨상 수상자 등 해외 유력 인사들을 증인으로 내세워 법정에서 석학들 간 대리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12월까지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키코 소송은 모두 124건으로 이 중 소송이 취하됐거나 조정으로 마무리된 6건을 제외한 118건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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