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본안소송 첫 판결…은행 승소(상보)

머니투데이 배혜림 기자 | 2010.02.08 14:55
법원이 헤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를 둘러싼 기업과 은행 간 본안 소송 첫 판결에서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임성근 부장판사)는 8일 수산중공업이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씨티은행이 계약 해지 결제금을 지급하라고 제기한 반소(反訴)에서 수산중공업은 은행에 3억16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키코는 환율 변동에 따라 손실을 입을 수도 있고 이익을 낼 수도 있는 구조"라며 "불공정 약관이므로 무효라는 주장 또한 개별교섭인 만큼 약관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 체결 당시 환율 급등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은행 측이 상품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상품 자체가 환위험 회피에 적합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사기 또는 기망행위라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했다.


수산중공업은 지난 2008년 11월 "우리은행 측이 계약 당시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아 '불완전 판매'로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 수산중공업 등의 변호인 측은 지난 3일 재판부에 변론재개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같은 재판부는 이날 아이티씨가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했다.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 결정이 엇갈린 바 있는 '키코' 관련 본안 소송에 대한 첫 판결에서 모두 은행이 승소함에 따라 100건이 넘는 남은 키코 소송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키코(KIKO)는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오르내릴 경우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에 따라 외화를 은행에 팔 수 있도록 해 기업과 은행이 환 위험을 상쇄하는 파생상품이다. 키코 소송은 최근 해외 석학 간 대리전으로 이어져 기업 측에서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로버트 F. 엥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은행 측에서는 스티븐 로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가 법정 증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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