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토요타'…美·日 자존심 대결 '2라운드'

안정준 기자 | 2010.02.07 15:27

美, "日 업계 구조적 문제"…日, "美, 日 자동차 업계 때리기 불과"

'자동차 왕국' 일본의 자존심 토요타가 세계를 향해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사태는 쉽사리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토요타 문제를 먼저 제기했던 미국은 공격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를 일본 자동차 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규정짓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위기를 더욱 증폭시켜 자동차 왕국의 잃어버린 왕좌를 찾겠다는 의도마저 읽힌다.

반면 일본은 토요타 수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불순한 동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일 언론들은 미국의 '숨은 의도'를 비판하며 '토요타 지키기'로 국민 여론이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美, "일본 자동차 업계 구조적 문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토요타 사장의 공식 사과가 발표된 직후 '일본차의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본 자동차 업계 전반에 맹공을 퍼부었다.

토요타가 이번 리콜 사태에서 보인 늑장 대응은 일본 자동차 업계 전반의 고질적 문제이며 이 때문에 피해를 보는 쪽은 언제나 회사가 아닌 소비자였다는 지적이다. 지난 20년간 자동차 업계에서 품질 관련 문제가 제기됐을 때 업체가 먼저 나서 사태를 해명하고 소비자 설득에 나선 경우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는 것이 미국 측 관계자들의 평가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미디어 장악력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업계 지도층의 비리나 품질 문제는 언제나 대중에게 뒤늦게 알려지거나 축소돼 보도되곤 했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번 리콜 사태로 일본 현지 언론들은 미국에서 제기된 것과 같은 품질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판 수위는 낮다고 WSJ은 지적했다.

이 모든 문제는 업계에 대한 정부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마에하라 세이지 국토교통상이 토요타 리콜 사태를 비판하고 나섰지만 그가 품질과 관련된 조사를 직접적으로 요구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오히려 적십자사가 2002년 공급한 혈액중 일부가 에이즈 바이러스와 간염 등에 감염된 사실을 비호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정부는 여전히 업계 감싸기에 나설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日, "美의 日 자동차 업계 때리기"
반면 일본 내부에서는 억울한 쪽은 오히려 토요타라는 여론이 비등하는 상황이다.

비즈니스 위크는 "일본 국민들은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 토요타에 대해 여전히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이번 리콜 사태를 일본 자동차 산업에 대한 미국의 공략으로 해석하고 있다"라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는 토요타와 관련된 리콜 사태가 단 한차례도 없었으며 현지 언론에서도 토요타 품질을 직접적으로 문제삼은 경우도 드물었다는 평가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토요타의 막대한 입지 때문에 작은 문제가 지나치게 크게 조명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사태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미국의 공세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에 대한 미 정부 지분율은 현재 60%를 넘어 정부가 GM을 위해 일본 자동차 시장 때리기에 직접 나설 명분도 큰 상황이다.

리콜 사태가 불거진 미국에서조차 여전히 토요타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점이 이번 사태가 단순히 미 정부와 언론의 '침소봉대'의 부산물이였다는 점을 증명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ABC 뉴스의 집계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미국내 전체 응답자 가운데 63%는 여전히 토요타를 선호하고 있으며 72%는 이번 리콜 사태에도 불구하고 토요타 자동차를 여전히 구매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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