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왜 신영증권 샀나? 올해는 가치투자 적기"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 2010.02.09 08:00

[한국의 워렌버핏을 꿈꾸는 사람들]①-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편집자주 | 한국에는 가치투자가 맞지 않다고요? 개미들은 화끈한 수익률을 좋아해 가치투자를 싫어한다고요? 과연 그럴까요? 한국에도 워렌 버핏을 꿈꾸는 대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둬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들을 만나 왜 가치투자를 표방하는지, 가치투자의 원리와 요령 등을 들어봤습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은 현직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가치 투자'를 표방하는 애널리스트다. 그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등 여러 가치투자 대가들과 함께 만든 모임인 '가치투자 포럼'의 간사를 맡기도 한 '가치투자 전도사'다.

조 센터장에게 왜 가치투자 전도사가 됐는지 물었다. 그는 그 이야기를 하려면 회사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2007년에 워렌 버핏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그가 투자한 한국 주식 가운데 신영증권이 들어있었던 것을 알아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실적이 더 좋고 규모도 큰 증권사들도 많은데 왜 신영증권에 투자했는지 궁금하죠? 신영증권은 지난 39년 동안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증권사입니다. 심지어는 IMF외환위기 당시에도 200억원의 흑자를 냈을 정도니까요. 바로 그런 점이 워렌 버핏에게 매력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워렛버핏이 투자하는 가치주 안에 신영증권이 들어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신영증권은 다른 증권사와 분위기가 다르다고 조 센터장은 설명한다.

다른 증권사는 약정 올리기에 바빠 잦은 거래를 권장하는 분위기지만, 신영증권에서는 한 달에 너무 많은 거래가 발생하면 해당 영업 관리자에게 감사실에서 주의가 내려진다고 한다. 개인 투자자들 가운데에서도 너무 잦은 거래를 하게 되면 연락을 해서 거래를 자제하도록 권한다고.

그런 분위기를 갖고 있는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워렌 버핏의 가치투자 철학을 몸에 익히게 됐다는 것이 조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에 있기 이전에 대우증권 제조팀장을 역임했었고 당시 조선, 자동차 등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여러 차례 선정됐었다.

◆"올해야말로 가치투자하기 좋은 해"

하지만 아직까지도 한국 시장에 가치투자란 단어를 좀 생경하게 받아들이는 투자자들도 많다. 실제로 가치투자란 장기간을 요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맞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워렌 버핏 조차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 주식시장이 박살이 났을 때 "지금 쌀 때 주식을 투자해야 한다"는 글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했다가 주식시장이 몇 개월 동안 오르지 않자 호된 비판을 당하기도 했다.

버핏이 사들인 기업들의 평균손실이 50%에 달하자 '버핏식 가치투자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식의 혹평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난 2분기부터 주가가 반등하면서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고, 남들이 욕심을 부릴 때 두려워하라'는 버핏의 투자관은 다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조 센터장은 "지난해는 시장이 V자형으로 반등하던 때여서 어떤 주식을 사도 수익이 났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는 시장 자체의 변동성이 높아져 지수 자체를 추종하는 투자나 모멘텀 투자보다는 가치투자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일단 수익률을 낮춰 잡고 주가가 급락할 때마다 저평가된 우량주를 사서 주가가 다시 오를 때까지 장기간 들고 있는 가치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가치 투자할 만한 종목을 쉽게 고를 수 있는 요령으로 자신이 잘 아는 기업을 투자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평소 즐겨 쓰는 브랜드 가운데 물건을 사러 갔더니 다 떨어져 입고까지 얼마간 기다려야 할 정도로 '히트'하고 있다면 가치투자하기에 좋다는 것이다. 직업과 관련해서 자세한 업계 현황을 알 수 있다면 관련주 투자에 적격이라고 덧붙였다.

한 때 술자리에서 백세주, 오십세주가 유행했을 때, 백세주를 만든 국순당의 주가가 치솟았던 예도 살짝 곁들였다.

◆"개미들도 이젠 가치투자 원리 실천하고 있다"

가치 투자의 기본원리는 평소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제 가격보다 현저하게 떨어졌을 때 사는 것이다. 외부적인 악재로 기업가치보다 현저하게 주가가 떨어졌을 때 매수하고 반대로 낙관론이 팽배해져서 주가가 급등하게 되면 파는 전략이다. 대중 심리와 다르게 가는 역발상 전략이다.

흔히 한국 사람들은 화끈한 수익률을 좋아해 가치투자가 맞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는 이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반론한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가장 많은 재테크 수단으로 은행예금에 넣는 등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갖고 있는데 가치투자에 대한 철학과 성공사례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주식투자라고 하면 단기적이고 위험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최근엔 투자자들도 현명한 투자습관을 갖고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과거 같으면 주가가 하락하면 펀드 환매가 나타나고 주가가 오르면 펀드에 돈이 유입됐지만, 지금은 주가가 급등하면 펀드 환매가 일어나고,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펀드에 돈이 유입되는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투자자들이 주식투자의 기본이 가치투자라는 원리를 이미 알기 시작한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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