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들의 미분양아파트 감소폭은 미미합니다. 미분양아파트에 투자하는 리츠·펀드의 경우 건설사들이 30% 이상 출자해야 하고 이자부담도 10%대에 육박하다보니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환매조건부 미분양아파트도 매입액이 분양가의 절반에 불과하고 6개월 뒤에 환매할 여유가 없기도 합니다."(중견건설사)
중견건설사들의 위기론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위기론의 핵심에는 지방 미분양아파트가 있다. 분양대금을 받아 아파트 공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지방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지속되면서 팔려나간 아파트가 거의 없어 공사 진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주택보증은 최근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는 한 중견건설사가 수도권 일부 현장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지방 현장이 공정률이 25%를 넘지 못함에 따라 사고사업장으로 처리하고 수분양자에게 분양대금을 모두 환급했다.
지방 분양사업을 위해 사놓은 땅이 이자만 들어가는 블랙홀이 된 것도 중견건설사들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 몇몇 지방 중견건설사는 한달 내는 이자만 수억원에서 10억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80조원대에 달하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도 중견건설사 위기설의 핵심이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주택전문건설사들이 만기가 돌아오는 PF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83조3000억원으로 2008년 말 대비 9000억원 늘었고 연체율도 2007년 말 2.93%에서 지난해 6월 말 5.91%까지 급증했다.
공공공사 발주물량이 급감한 것도 중견건설사 위기설의 배경이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처럼 초대형 공사 발주에 집중하면서 대형건설사로 물량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사업 구조조정을 위해 발주를 대거 미루면서 중견건설사들의 일감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4대강 살리기 사업 2차 설계시공일괄입찰(턴키)처럼 낙찰률이 50%대가 속출하는 등 출혈경쟁이 불거지고 있다.
어려운 중견건설사들의 상황의 입증이나 하듯 건설업 체감경기는 1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1월 건설기업 체감경기 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6.2포인트 떨어진 76.3을 기록, 작년 3월 이후 10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대형건설사(93.3)보다 중견건설사(76.9)가 시장을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고 공사대금수금 및 자금조달 지수도 전월보다 10.0포인트와 8.7포인트 하락한 90.7, 87.1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공공부문 선급금과 기성 지급 등으로 좋아진 자금지수가 다시 악화되고 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오직 주택분야에만 집중된 건설사들이 지방 아파트사업장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공공공사 수주 확대를 위한 출혈경쟁이 위기설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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