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사재출연의 경우 채권단의 자금 지원 전제 조건 하나가 충족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경영 복귀 문제는 금호그룹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것이어서 부정적이다.
채권단은 박 전 회장의 행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사재출연은 당연한 것인데 이를 전제로 뭔가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입장이다.
◇박 전 회장의 경영복귀 왜?
박 전 회장이 대리인을 통해 사재출연과 경영복귀 의사를 밝힌 것은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워크아웃 수순대로라면 박 전 회장은 자신의 전 재산을 채권단에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오너의 전 재산을 사재출연하지 않는다면 자금지원을 할 수 없다는 채권단의 입장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사재출연을 계속 거부했다가는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고 금호그룹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재산상 손실은 물론 모든 비난의 화살이 박 전 회장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박 전 회장 입장에서 보면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 박 전 회장은 현재 금호그룹 위기의 단초가 된 무리한 인수·합병(M&A)에 대해 반대해 온 만큼 현재 위기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지난해 7월 경영일선에서 이미 물러난 상황에서 자신에게까지 사재출연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
이 때문에 박 전 회장은 사재출연을 받아들이는 대신 경영 일선에 복귀시켜 달라는 요구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회장의 요구에 대해 채권단의 반응은 싸늘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오너의 모든 재산을 사재출연하는 것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라며 “사재출연을 전제로 채권단에 뭔가를 요구할 수 입장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금호그룹 측도 "박 전 회장의 사재 출연과 경영복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면서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 금호그룹 워크아웃에 藥 or 毒?
박 전 회장의 사재출연과 경영복귀 선언이 금호그룹 워크아웃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선뜻 판단하기 어렵다.
박 전 회장의 사재출연 선언은 우선 긍정적이다. 아직 사재출연 동의서를 내지 않은 박삼구 명예회장이나 나머지 오너 일가들에게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사재출연이 빨리 마무리되면 그만큼 채권단의 자금지원도 빨라지게 된다. 금호그룹은 자체는 물론 협력업체들 역시 빨리 숨통이 틔게 되는 셈이다.
금융감독당국도 박 전 회장의 사재출연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빨리 잘 진행돼서 자금지원이 이뤄지고 협력업체의 부도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사재출연 문제가 빨리 해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영 복귀 선언은 금호그룹 워크아웃에 커다란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박삼구 명예회장 입장에서는 자칫 사재출연을 했다가 경영권이 박 전 회장에게로 넘어갈 가능성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사재출연 문제가 더 꼬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금호 '형제의 난' 재연되나
박 전 회장이 경영 복귀를 선언함에 따라 '형제의 난'이 재연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일단 박 전 회장이 지목한 경영복귀 자리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으로 보인다. 작년 7월 박 전 회장은 박삼구 명예회장의 그룹 운영에 반대하다가 금호석화 대표이사에서 해임된 뒤 경영에서 배제됐다. 박 전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지만 이사회 이사직 및 주주로서의 권한은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회사여서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을 손에 쥐는 것은 금호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주력계열사의 워크아웃과 함께 현재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대한통운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그룹의 지주회사가 됐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이 보유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26.7%이고,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통운의 최대주주(23.95%)다.
금호석유화학은 화학계열사(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피앤비화학) 지분 40~70%과 금호타이어 지분도 47% 가량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을 확보하면 그룹 전체 경영권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금호그룹은 워크아웃과 함께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등의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대표이사직과 함께 금호석유화학·아시아나항공·금호타이어 등 12개 계열사의 임원직을 맡고 있는 박 전 회장 복귀는 박 명예회장 측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회장은 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화학 부문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금호미쓰이화학·금호폴리켐에서도 이사로 활동 중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중국 현지공장 법인의 이사(장)도 맡고 있다. 난징의 합성수지 원료공장 법인 난징금포금호화공유한공사와 합성고무 및 수지 판매사인 금호석유화학무역(상하이)유한공사의 동사(한국 기업의 이사에 해당)에 선임돼 있다.
박 전 회장 측은 "경영복귀를 두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조율을 할 것"이라면서 "경영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마땅히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을 비롯한 경영 일선에서 실질적으로 물러날 사람은 박삼구 명예회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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