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기관, 기술유출 알았나? 삼성電 공매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유출 사건공개를 앞두고 적잖은 수량의 주식을 공매도했다. 공매도는 일단 주식을 빌려 매도한 후 주가가 떨어졌을 때 이를 되사들여 상환하는 차익거래 중 하나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악재가 예정된 기업에 대한 공매도 거래를 크게 늘렸다.

이날 반도체 기술유출 사건이 발표된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2~3일간 대량 공매도 거래가 있었다. 지난달 29일과 이달 1일 각각 45만7285주, 50만1042주가 공매도 됐는데, 대부분 외국인들과 기관투자가들의 거래였다.

이틀간 공매도 금액은 총 950억원이었으며, 공매도 비율(주식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를 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삼성전자 공매도 비율이 1~2%였다는 점에서, 최근 거래는 무척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기술유출 수사결과를 사전에 입수한 투자자들이 공매도로 차익거래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크고 작은 악재가 나오고 있는 하이닉스 역시 공매도 거래가 급증했다. 지난해 12월은 일평균 공매도 금액이 20억 원이었으나 불과했으나, 지난달에는 63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 1일과 2일은 각각 90억원, 52억원이었다.

하이닉스의 경우 경영권 매각지연과 채권단 보유지분 분할매각 가능성, 삼성전자 기술도용 혐의 등이 악재로 꼽힌다.

한편 지난 2일 라면가격 인하라는 악재를 발표한 농심도 삼성전자, 하이닉스와 유사한 거래가 있었다. 농심의 경우 최근 5영업일 거래량(20만3906주) 가운데 18%인 3만6781주가 공매도였다. 특히 지난 1일은 공매도비율이 27%에 달했다.

공매도가 집중된 기간에는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28일 80만8000원에서 이달 2일 77만2000원으로 떨어졌으며, 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만3600원에서 2만1300원으로 내렸다. 농심 주가는 23만5000원에서 이달 1일 21만70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공매도 거래는 개인투자자도 가능하지만, 여러 제약조건 때문에 대부분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활용한다"며 "공매도는 매물압박으로 작용해 단기적으로 주가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