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토요타…쇼크는 시작일 뿐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엄성원 기자 | 2010.02.02 17:19

현대車 반사이익.. 미일간 감정의 골도 깊어져

세계 1위 자동차기업 토요타가 전세계 고객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품질과 혁신의 대명사였던 토요타이지만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불안감과 비난 앞에 자존심을 접은 것이다.

하지만 부품 결함에서 촉발된 '토요타 쇼크'는 일단락되기보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관측이 대세이다. 일시 중단됐던 생산을 8일 재개키로 했으나 신뢰 상실로 인한 시장점유율 하락 등 장기적 타격이 불가피한 때문이다.

◇2만3천달러 '캠리'가 1만9천달러

사사키 신이치 토요타 부사장은 2일 일본 나고야에서 회견을 열어 리콜 사태로 물의를 빚었다며 전세계 고객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미국법인이 1일(현지시간) 사과한지 17시간 만이다.

앞서 도요타 가문 4대이자 그룹의 얼굴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지난 2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NHK와 만나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아키오 사장 발언이 그룹 오너로서 도의적 책임을 말한 것이라면 사사키 부사장의 회견은 회사의 공식 사과 차원이다.

토요타는 또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도 같은 문제에 따른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총 리콜 규모는 최소 740만대. 당초 일본 언론이 예상한 1000만대보다는 줄었다. 단 예상치 못한 변수에 따라 리콜 대수가 증가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토요타가 감당할 비용에는 부품 교체비뿐 아니라 부품을 생산·운반하고 매장으로 공급하는 비용과 인건비, 기타 부대비용도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리콜 비용은 1000억엔(약 1조2800억원)에서 2000억엔까지도 추정된다.

사사키 부사장은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조치를 하는 데 전권을 받았을 뿐"이라며 "비용이나 재정적 영향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토요타는 그룹 운영손실액으로 3500억엔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가 일부 모델을 판매중단 조치하면서 해당 모델이 아닌 차량도 판매가 힘들어졌다. 미국 토요타 매장들은 평소 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할인을 감행하고 있다. 뉴욕주에는 2만3000달러가 넘는 캠리를 4000달러 이상 깎아 1만9000달러에 팔겠다는 매장도 등장했다. 토요타 차를 재고로 쌓아두기보다 헐값 처분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다.

◇현대, 포드 최대 수혜자

리콜 대상 차량이 토요타의 1년 판매대수를 넘는 대규모라는 점, 자발적 리콜이 아니라 쉬쉬하다 여론에 떠밀려 실시한다는 점도 사태의 충격을 키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토요타가 대량 리콜사태로 단기적 손해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시장점유율과 재판매(중고차) 가치 하락 등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CNN머니는 이와 관련 포드, 현대차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 토요타 이용자 상당수가 당장 다른 차를 사기보다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는 점이 토요타로서는 다행스런 일이라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전했다. 이와 관련 짐 렌츠 토요타 미국 마케팅부문장은 "매우 부끄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가 고객 여러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토요타는 오는 8일 해당 모델의 미국 생산을 재개한다.

◇일본 때리기? 깊어지는 美日간 감정의 골

토요타 쇼크로 미국과 일본간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대규모 리콜과 미국 소비자들의 토요타 제소, 미 하원의 청문회 예고에 대해 침묵해오던 일본 언론들이 '미국의 일본 때리기'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유독 미국에서 토요타 리콜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쏟아진다는 점, 미국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고 양국이 외교갈등을 빚어왔다는 점이 의혹의 배경이다.

실제로 수렁에 빠진 미국 자동차업계에는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더 말할 나위없는 호기이다.

◇원인 논란 '電子化' 문제?

가속 페달 결함의 원인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행·제동·엔진 관련 핵심 부분을 기존의 기계식에서 전자제어식으로 바꿔온 자동차 업계의 '전자화' 움직임이 이번 사태와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토요타만 해도 10년 전엔 가속페달을 밟으면 여기에 연결된 케이블이 스로틀(기관) 덮개를 열어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용하는 전자식 가속방식은 페달에 가해지는 압력을 센서가 감지해 엔진 시스템에 가속 여부를 지시한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기술검증이 확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토요타와 해당 페달을 공급한 부품회사 CTS간 공방도 있다. 페달이 문제라는 토요타의 주장에 대해 CTS는 "토요타 차량의 페달 결함 가능성은 1999년부터 제기됐지만 우리는 2005년부터 토요타에 납품했다"고 반박했다. 토요타가 3년 전엔 CTS의 해당 페달에 품질우수상을 줬다는 점도 논란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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