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전쟁'으로 비화된 세종시 논란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10.02.02 11:41

정몽준 "미래 가치가 중요" vs 박근혜 "바른 가치로 딛고 일어서야"

-친이 일각 "박 전 대표의 원칙은 고무줄 원칙"


한나라당이 세종시 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와 정몽준 당 대표가 본격적인 '가치의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세종시 문제가 2월 임시국회의 최대 쟁점이 됨에 따라 논리의 강화 및 세련화로 공격 및 방어능력을 높이고 있다.

정몽준 대표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종시 문제를 '과거에 대한 약속'과 '미래에 대한 책임'이라는 가치의 충돌로 규정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 고수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약속'을 과거형으로 돌리는 반면 자신의 수정지지를 미래지향적인 비전으로 내세웠다. 비록 박 전 대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낡은 가치'(원안 고수)와 '새로운 비전'(수정안 지지)의 충돌을 거론하며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정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표의 기존 트레이드 마크였던 '약속'에 대해 잇따라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정 대표는 "약속의 준수는 그것 자체로 선하지만 선한 의도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며 "이성적으로 따져야 하고 냉철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원안 고수 이유로 줄곧 '신뢰와 약속'을 강조해 왔다. 지난 2005년 당론으로 결정된 사항이고 이후 대선을 비롯해 각종 선거에서 공약한 사항이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최근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균형 발전'이란 단어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신뢰보다는 국가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여권 주류의 공격에 대한 대응논리로 해석된다.


공교롭게도 친이·친박계 모두 논리 강화 과정에서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달말 새로 고쳐 쓴 미니홈피 인삿말에서 "바른 가치를 가지고 딛고 일어서는 데에 아름다운 승리가 있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원안 추진이란 바른 가치를 통해 (수정안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행정효율, 자족능력 강화, 미래발전 등을 수정 이유로 제시하고 있는 친이계에서는 최근 박 전 대표에 대한 직접공격 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친이 일각에서는 심지어 "박 전 대표의 논리와 가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철학과 같은 것으로, 제대로 된 원칙과 가치가 아니다"는 다소 급진적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친이계 한 의원은 "원칙적으로 볼 때 세종시 문제는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부화뇌동했기 때문에 시작됐다"며 "노 전 대통령이 수도이전이란 꼼수를 폈을 때 그때 원칙을 강조했어야 했는데 충청도 표를 의식해 야합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점에서 박 전 대표의 원칙은 '고무줄 원칙'으로, 자기 사람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원칙일 뿐"이라며 "골수 지지층 외에 충청권을 아우르기 위한 의도로 내세우는 원칙은 또다른 꼼수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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