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금호생명, 어떤 투자했길래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박재범 기자 | 2010.02.01 07:39

당국 '지도' 무시한 채 해외 고위험 자산 투자했다 2800억 손실

고수익을 좇아 무리하게 해외 투자에 나섰던 금호생명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금호생명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입장이지만, 당국은 투자 위험관리와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데 무게를 뒀다.

특히 고객의 보험료를 굴려 보험금을 지급해야 의무가 있는 보험사가 고수익만 생각한 채 위험관리를 게을리 한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업계 역시 생보사가 해외 투자에 나섰던 이 같은 중징계를 받은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금호생명은 어떤 상품에 어떻게 투자했다 3000억 원에 육박하는 큰 손실을 입었을까.

◇고위험 자산 투자 최대=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호생명은 2002년 이후 약 8000억 원 가량을 해외에 투자했다. 다양한 상품 투자가 이뤄졌는데 주로 부동산 수익증권, 생명상품 유동화 증권 등 해외 고위험 자산에 집중됐다. 이 중 일부 부동산 수익증권은 평가 손실이 발생했지만, 생명보험 유동화 증권은 대부분 감액 손실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평가 손실은 향후 시장 추이에 따라 회복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감액 손실은 복구가 안 된다.

예컨대 금호생명은 한 생명보험 유동화 증권 상품에 657억 원을 투자했다 약 94%의 손실을 입었다. 중간에 손절매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더욱 커졌다. 해당 상품이 만기보유 증권으로 중도환매가 불가능 했던 탓이다. 한 부동산 수익증권에도 643억 원을 투자했지만, 손실률이 약 76%로 집계됐다. 이 두 상품에 대한 손실액만 1000억 원이 넘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도환매가 제한된 탓에 만기까지 가져갈 수밖에 없는, 즉 유동성이 전혀 없는 상품에 투자한 것"이라며 "채권, 주식 등과 연계된 만기보유 증권을 계속 껴안고 있다 보니 손실률이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더욱 큰 문제는 채무변제 순위가 뒤로 밀리는 후순위채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 투자 자산 중 후순위 자산비율이 금호생명은 약 52%(2009년 3월 기준)에 달했다. 삼성생명은 9%, 교보생명은 4.4%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수치다.


그 결과 투자금액 8000억 원 가운데 2800억 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평가손실 액은 600억 원에 불과했고, 2200억 원 가량은 실제 손실이 발생했다. 금호생명 측은 "해외 경제 여건이 나아지면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 상품을 보면 평가 손실도 사실상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 '지도'도 무시= 금호생명은 투자 과정에 위험관리를 했지만, 국제 금융위기로 손실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불가항력이었다는 의미지만, 당국의 입장은 단호했다. 보험사는 미래의 안정적인 보험금 지급을 가장 중요시해야 할 기관인데 그 본분을 망각했다는 것이다.

특히 금호생명은 고위험 자산 투자에 대한 당국의 시정 요구도 듣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2004년과 금호생명에 대한 검사 당시 고위험 자산 투자를 줄이고, 내부 위험 관리 규정을 만들도록 조치했다. 실제 2005년 5월 금호생명의 해외투자금액 3800억 중 약 22% 가량이 고위험 자산이었다. 그런데 2006년 검사 결과 그 규모가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2006년 5월 금호생명에 해외자산을 특성별로 한도 관리할 것을 요구했다. 특정 고위험 자산에 편중되지 않게 산업·지역별 자산의 특성별 한도를 제대로 관리하라는 주문이었다. 결국 이를 무시한 채 보험업법 상 자산운용 원칙, 즉 안정·유동·수익성 중 안정·유동성 관리를 게을리 해 손실이 커졌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거액의 투자손실은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급여력비율(보험금 지급 능력) 추락으로 이어졌다. 당국의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100% 이하인데, 지난해 3월 금호생명의 비율은 30%에 그쳤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정상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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