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vs 캠리, 조냥정신에 입각한 차는?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10.02.02 12:18

[머니위크]시승기/ 자존심 건 맞대결…쏘나타 vs 캠리

"그때 그 시절을 아십니까? 조냥정신이 있었습니다."

제주도 성산일출봉 인근의 한 커피숍 화장실에 내걸린 문구다. 제주도민에게 조냥정신을 물었더니 간단히 말해 '아껴 쓰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제주에는 조냥정신과 연관된 풍습이 있다. 추수시기에 풍성해진 쌀을 모두 밥으로 짓는 것이 아니라 한움큼씩 떼어 내 다른 한곳에 비축한다. 모아 둔 쌀은 보릿고개 시기에 먹는다. 궁핍한 시기를 대비한 일종의 적금이다.

한국음식업중앙회 제주도지회가 앞장서 조냥정신을 제주도의 주요 정신으로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1월28일 제주시 조천읍 돌문화공원 내에서 현대차 쏘나타 GDi(가솔린 직분사방식)와 토요타 캠리와의 한판 승부가 벌어졌다. 현대차가 주관한 비교시승행사다.

쏘나타 F24 GDi(이하 쏘나타 2.4)의 연비는 13km/L다. 캠리 2.5보다 L당 1km를 더 달린다. '겨우?' 라고 할 수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전문가들은 L당 1km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혁신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비로만 보자면 조냥정신에 입각한 차인 셈이다.

쏘나타의 혁신을 이끈 동급 최고의 연비는 두가지 포인트에 의해서다. 엔진 개발과 기어변속이다. GDi 엔진은 MPi(다중연료 분사방식)에 비해 7~12%의 엔진토크 증대효과를 가져온다. 6단 자동변속기는 연비 향상과 연료 효율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공헌을 했다.

시승에 앞서 디자인을 살펴봤다. 캠리가 마치 가족들을 위한 차라면 쏘나타 2.4는 2인승 스포츠카를 연상케 한다. 특히 쏘나타 2.4의 난을 형상화했다는 옆면 디자인은 날개를 단 듯 날렵해 보인다. 차량 후면의 듀얼 머플러는 스포츠카 이미지를 한층 돋군다.

반면 캠리는 차분하고 점잖아 보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손꼽힌 만큼 대중적인 디자인이 오히려 밋밋하게 느껴졌다.

고속 커브길 자신 있는 쏘나타

비교시승이 시작됐다. 코스 주행시간은 불과 1분여 남짓. 비록 짧은 거리였지만 슬라럼(지그재그로 회전하는 코스운전)과 90도 좌회전, 급가속 후 유턴, S자형 등 순간 가속력과 급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아기자기한 코스였다. 차이점을 느끼기 위해 코스를 각각 세번씩 돌았다.

먼저 쏘나타를 탔다. 가속페달을 밟자 힘이 몸으로 전해졌다. 경쾌한 엔진음이 멀리서 어렴풋이 들렸다.


슬라럼 구간에서 가능한 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다소 과격하게 핸들을 움직였다. 바닥으로 밀착되는 기분이었다. 이는 하체 중량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동승한 현대차 관계자가 설명해준다.

곧이어 캠리 2.5에 올랐다. 깔끔한 내부 디자인을 감상할 겨를도 없이 가속페달을 밟았다. 쏘나타에 비해 한템포 늦은 기분이지만 오히려 중후한 맞을 풍긴다.

속도를 높여 슬라럼 구간과 유턴 코스, S자 코스를 차례로 통과하는 동안 전율을 느끼게 하는 소리가 들린다. 속도를 높인 상태에서 급격한 커브를 돌 때면 여지없이 '삐~' 하는 경고음이 귀에 거슬렸다. 차가 미끄러지는 것을 알리면서 엔진의 출력을 낮추는 트랙션 컨트롤 기능이다.

충분한 비교시승이 되지는 못했지만 일반도로에서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묘미가 있었다. 느낌상 2.5의 캠리에 결코 밀리지 않는 2.4의 힘과 강한 코너링을 보자면 쏘나타의 손을 들어줄 만하다.

동급 최고 연비 자랑

비교시승이 끝나고 쏘나타 2.4의 성능 테스트를 위해 일반도로로 나섰다. 돌문화공원에서 해비치호텔까지 약 90Km의 거리다.

강력한 엔진의 힘이 느껴진다. 2.4리터 직분사 세타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다. 현장의 기자설명회에서 브리핑의 대부분을 엔진 설명으로 채웠을 정도로 현대차가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경쟁차인 토요타 캠리의 175마력 23.6kg.m, 혼다 어코드의 180마력, 22.6kg.m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연비도 캠리가 12km/ℓ, 어코드가 10.9 km/ℓ로 쏘나타에 밀린다.

이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실제 주행연비를 계산해봤더니 약 10.25km/L 정도 나왔다. 비가 거세게 몰아치는 악천후와 좋지 않은 노면을 감안하면 괜찮은 수준이다. 통상 업계에서는 실제 연비를 공인연비의 0.75%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수입차와 국산차의 고정관념이 쏘나타 2.4의 가격 수준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게 만든다. 고급형 2866만원, 최고급형 2992만원이다. 캠리와 비슷한 옵션을 적용할 경우 3098만원이라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캠리 2.5의 가격은 3490만원이다.

베스트 클릭

  1. 1 유재석, 자녀에 '300억↑재산' 안 물려준다?…"미래는 모르지만"
  2. 2 "한국서 10억달러 받는 게 더 쉬웠다"…아빠 건물서 월세 걷던 그 소년[대통령의 직업]
  3. 3 '흑백요리사' 출연 땅 치고 후회할판…"빚투, 전과, 사생활 논란" 그들
  4. 4 승무원 자리 털썩 앉더니…238명 탄 대한항공 기내서 외국인 난동
  5. 5 내년부터 카드로 새 차 구입 어려워진다… 카드 특별한도 축소 검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