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인데도 실내에서는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닌다. 반면 여름엔 냉방을 세게 틀어서 '냉방병'에 걸리는 이들이 생기기도 한다.
한 때 줄어든 일회용 종이컵 사용량도 환경부담금 제도가 사라진 후 다시 늘기 시작했다. 남은 음식을 싸가지고 가는 사람은 구질구질하다는 평을 듣기까지 한다.
녹색경제와 친환경경영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김정인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달력 뒷면을 메모지로 알뜰하게 활용하고 빈방에 조명을 켜두면 큰일 날 것처럼 아꼈던 한국인들이 점점 '버리는 경제'에 중독돼간다"고 아쉬워했다.
"우리가 자원 뿐 아니라 전기사용량이 늘어난 데는 역사적·문화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요. 못 살다가 갑자기 잘 살게 되다보니 사람들이 대형차를 선호하고 가전제품도 큰 것만 고르잖아요?"
'아끼는 경제'로 가기 위한 길은 인식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자원·에너지 가격구조 왜곡과 국민의식 후진성, 환경교육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오늘날과 같은 '환경졸부' 행태가 초래됐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너무 싼' 에너지 요금이 에너지 낭비를 초래한다고 믿는다. 싼 가격의 자원을 아끼라고 해봐야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기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전기와 석유 등 자원 가격이 비싸지면 사람들이 알아서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것.
취약계층의 고통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에너지 가격을 올리되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방안을 별도로 마련해 보완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에너지 가격상승에 대한 저항이 심할 경우 현재의 전기료 누진제를 더 강화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현행 전기료 누진제는 주택용 요금에 적용되고 있다. 전기료가 100kWh까지는 kW당 55.1원이지만 101~200kWh 구간은 113.80원으로 요금이 약 2배 높아진다. 최고구간인 500kwh 초과는 kwh당 643.9원으로 최저구간의 11.7배다.
김 교수는 "주로 부자들이 더 큰 집에서 더 많은 전기를 쓰는 경향이 있는 만큼 누진제를 강화하면 전기소비 절감과 함께 서민층 보호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어릴 때부터 녹색생활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제주도의 경우 중학교부터 환경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유치원,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은 환경교육 의무화를 통한 녹색생활의 습관화에도 그대로 적용돼야 할 명제"라고 말했다.
그는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밴 노인들을 활용해 에너지 절약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른바 '에코실버(Eco Silver)' 캠페인이 그것이다.
아끼는 것을 미덕으로 알았던 노인세대가 직접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찾아가 절약의 중요성을 가르치면 환경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뿐더러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1960년대 유행했던 도덕 재무장 운동 있잖아요. 이걸 '절약정신' '환경의식' 재무장 운동으로 펼쳐야 해요. '버리는 경제'에 익숙한 나라는 튼튼한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아끼는 경제'로의 전환이 뒷받침돼야 한국이 진짜 녹색국가, 선진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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