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JAL과 공기업 개혁

김광수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 | 2010.01.28 09:05
공기업개혁은 현 정부 들어서면서 많은 국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핵심국정과제이다. 그러나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이렇다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많은 지탄을 받아왔던 방만 부실경영과 낙하산인사 관행이 강도를 더해왔다는 느낌밖에는 가질 수 없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던 공기업의 경영적자와 부채는 해마다 증가하였다. 그래서 추산된 바에 따르면 공기업부채는 2014년에는 600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 엄청난 부채는 앞으로 모두 우리 국민들의 세(稅)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책사업소요예산을 공기업에 떠넘겨 공기업부체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이렇게 무원칙한 정부행태로 말미암아 결국 정부는 공기업이 대한 통제력마저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다시 말해 정부와 공기업은 부채전가를 가능케 하는 그야말로 밀접한 공생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가 공기업의 개혁을 도맡아 추진하도록 하는 것은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공기업개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다시 한 번 공기업개혁의 문제를 처음부터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정부는 공기업 개혁안을 6차에 걸쳐 선진화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았지만 그 추진실적을 보면 조직통합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탄생시킨 것 외에는 별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LH의 탄생은 유사중복기능의 통합으로 효율성을 높이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지만 현인원의 감축현황을 보면 통합전과 별 차이가 없어 명칭통합에 그쳤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개혁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기만행위가 되기 십상이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많은 공기업들이 개혁과제로 군살빼기와 임금삭감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노조의 저항을 의식하여 그 대상을 소수 신입직원에 국한시켜 개혁의 본질을 왜곡시켜왔다.


설사 정부주도로 공기업개혁이 계획대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고, 정부의 입김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는 최근 발생한 일본항공(JAL)의 사태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일본항공은 1987년 민영화를 달성하고 세계 3위의 항공사에까지 올랐지만, 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경영간섭으로 결국에는 법정관리까지 받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사정은 다소 다르지만, 최근 획기적인 인사ㆍ조직 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통신(KT)의 경우도 7년 전에 민영화하여 정부지분은 전혀 없었지만 정부의 입김은 여전히 남아 있어서 민영화의 효과를 거두지 못해왔다.

실제로 KT의 영업실적은 경쟁업체인 SK텔레콤에 비하면 형편없기 짝이 없어 SKT의 2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일반 사기업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그 기업은 벌써 시장에서 도태되어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나서면 나설수록 문제가 해결되기 보다는 더욱 더 켜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공기업의 문제점을 야기 시키고 키워온 당사자는 바로 정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만든 문제를 정부가 풀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 한 해법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이보다는 오히려 공기업의 주인이기도 한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그동안 정부의 개혁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이야 말로 '공기업 살리기 시민운동본부'와 같은 범국민 민간 기구를 창설하여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개혁업무를 관장케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경우 정부는 물론 공기업 개혁에 필요한 인력과 정보의 제공과 같은 지원업무를 수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그동안 공기업개혁의 최대걸림돌로 작용하였던 강성노조의 저항도 보다 쉽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모쪼록 새해에는 공기업개혁이 국민들의 바람대로 추진되어 공기업의 개혁성과를 모든 국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