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타이어가 쓰레기? 그린 에너지예요"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 2010.01.26 07:26

[CEO인터뷰]동성에코어 박충열 대표

지난해 2월 미국 콜로라도주(州)의 덴버시. 폐타이어사업의 타당성 조사차 현지를 방문한 박충열 동성에코어 대표(사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폐타이어가 산더미처럼 쌓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던 것. 지하 9m 웅덩이에 지상 10m 높이로 쌓여진 폐타이어 4000만개는 축구장 20개 규모에 달했다. 콜로라도주 정부는 대기오염 문제로 폐타이어를 태우지 못한 채 방치해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폐타이어의 열분해 상용화 기술에 성공한 박 대표에게는 사방에 널린 폐타이어가 돈으로 보였다. 그가 주 정부에 폐타이어를 친환경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을 갖고있다고 설명하자 주 정부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환대했다.

박 대표는 그러나 폐타이어가 역시 많으면서도 정유 유통시장이 밀집한 텍사스주로 시범공장 부지를 최종 결정했다. 생산된 기름을 제 때 판매하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표가 미국 덴버시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폐타이어를 찍기 위해 카메라 셔터를 누루고 있다.

그는 현지 유력 엔지니어링 업체와 손잡고 텍사스주 휴스턴에 1000만달러를 투자, 공장을 연내 완공할 계획이다. 미국의 관심 업체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델하우스 개념의 공장으로, 하루 60톤의 폐타이어를 처리할 수 있다.

동성홀딩스의 계열사인 동성에코어는 '폐타이어 열분해 자원화 분야'에서 글로벌 1위 에너지 기업을 꿈꾼다.
동성그룹이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존 사업인 화학과 바이오 축 외에 '그린에너지'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신설한 회사다. 부산에서 신발용 부자재를 팔아 성장한 동성그룹은 연 매출 8000억원을 올리는 그룹이다.
↑경남 함안 소재 연구소 겸 시범 공장 전경

동성에코어의 박 대표는 "그룹의 신사업을 찾던 중 폐타이어의 심각한 오염문제와 이를 해결할 열분해 기술에 주목했다"면서 "앞으로 그룹의 새 먹을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6억개씩 발생하는 폐타이어는 수질과 토양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대표적 환경 오염원이다. 주로 매립하거나 분쇄해 아스팔트 대용 등으로 쓰이지만 이 역시 2차 환경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폐타이어 더미.

동성에코어가 사업화로 추진중인 '열분해 오일화 기술'은 오일과 카본블랙, 철심을 추출해 새로운 에너지로 환원하고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폐타이어를 저산소 간접가열 방식으로 400~600도 온도에서 고분자 물질을 분해한다. 연소반응이 아니어서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열분해를 거쳐 생성된 오일은 경유와 벙커C유 중간 정도에 해당하며, 주로 정제유와 유화 연료유로 활용된다.


2008년말 한 중소기업한테서 미완성 단계의 열분해 초기 기술을 인수, 그룹내 화학 엔지니어와 연구진이 1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부족한 기술을 바로 잡았다.

동성에코어는 경남 함안에 연구소를 마련, 하루 120톤 규모로 24시간 연속 처리기술을 실증하고 상용화한 끝에 성공했다. 그동안 각국에서 대량 연속 생산에 대한 시도와 연구가 있었지만 대량 상업화에 성공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박 대표는 "생산 설비 구축과 고정비를 감안하면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일 때 사업성이 있다"이라면서 "최근 유가가 80달러까지 오르자 미국은 물론 유럽 동남아 등지에서 이 기술에 주목하고, 사업성에 대해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성에코어는 직접 공장을 운영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플랜트를 수출해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국내에는 시멘트업계가 폐타이어를 일괄 구매해 시멘트공장 연료로 쓰는 바람에 폐타이어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박 대표는 폐타이어가 넘쳐 되레 돈을 받고 처리하고 있는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최근 미국에 합작 지주회사를 설립한 동성에코어는 텍사스주에 시범 공장을 운영한 뒤 미주 51개 주에 플랜트를 공급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박 대표는 "텍사스 공장을 눈으로 보여주면 다른 주들도 이 기술에 주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기술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뒤 미국 나스닥에 현지 지주회사를 상장하는 게 목표다.

미국 이외의 나라에는 국내 종합상사와 손잡고 플랜트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국내 타이어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박 대표는 "타이어제조업체들은 폐타이어 환경 문제로 생산자 책임원칙 아래 환경부담금을 낸다"면서 "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업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 공장을 운영하기를 원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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