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아이폰 신드롬'의 시사점

머니투데이 윤미경 정보미디어부장겸 문화기획부장 | 2010.01.22 08:48
"아이폰 안쓰세요?"

요즘 자주 듣는 말이다. 디지털산업을 담당하는 정보미디어부장이 구형 터치폰을 들고 다니는 게 의아했던 모양이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들어 "'아이폰'으로 바꿨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난다. KT가 애플의 '아이폰'을 국내에 공급한 지 80여일 만에 25만대를 팔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싶다. 신문지면에도 '아이폰' 기사가 넘쳐난다. 며칠 전에는 '신형 아이폰'이 나온다는 한 외신보도에 인터넷이 하루종일 들썩거렸다. 결국 이 보도는 근거없는 억측으로 밝혀져 '신형 아이폰'에 대한 관심은 가라앉았다. '아이폰 신드롬'의 단면이다.
 
사실 '아이폰'이 국내에서 시판된 것도 구매를 갈망하는 소비자들 덕분이었다. '아이폰'의 국내 시판을 가로막는 법·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한 것도 소비자들이고, 중국처럼 무선랜(와이파이) 접속기능이 차단되지 못하도록 여론몰이를 한 것도 소비자들이다. 내 기억엔 지금까지 그 어떤 휴대폰(스마트폰)도 이처럼 강력하게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은 경우가 없다.
 
'아이폰'의 성공비결 가운데 하나는 '앱스토어'다. '앱스토어'는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애플리케이션)를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직거래장터다. 스마트폰은 휴대폰처럼 통화기능도 있지만 PC처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삭제하는 것이 자유롭다. 말 그대로 '손 안의 PC'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다.
 

스마트폰은 통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외에 사용자가 필요한 서비스나 기능을 '앱스토어'를 통해 언제든지 추가할 수 있다. 현재 '아이폰 앱스토어'에는 전세계 개발자들이 등록한 애플리케이션이 10만개가 넘는다. 이곳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의 다운로드 횟수는 무려 30억회에 달한다. '아이폰'이 국내에 시판되면서 한글로 개발돼 등록된 애플리케이션도 두달새 3000개가 넘었다고 한다.
 
'아이폰'을 향한 소비자들의 열광은 국내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사들에 적잖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가 올해 '아이폰'에 대항하는 스마트폰 기종을 늘리겠다고 밝혔고, SK텔레콤과 KT도 올해 180만∼2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연 2000만대에 달하는 국내 휴대폰시장에서 스마트폰 비중이 조만간 20%를 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모두 스마트폰시장 확대에 골몰하고 있다. '앱스토어' 개설도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물론이고 삼성전자는 해외거점별로 앱스토어를 개설해나가고 있다. IT인력 창출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한편으론 걱정이 앞선다. 국내 휴대폰제조사나 통신사들이 주력하겠다고 밝힌 스마트폰은 대부분 '안드로이드폰'이다. '안드로이드폰'은 구글에서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것이다. '아이폰'의 대항마로 '안드로이드폰'을 선택한 셈이다. '아이폰'은 애플만 만들고, '안드로이드폰'은 휴대폰 제조사에서 만들 수 있으니 '구글폰'으로 보긴 어렵지만 둘다 엄연히 미국회사다.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시장 점유율을 30%까지 확대한 국산폰이 스마트폰시장에서 주춤거릴까봐 염려되는 이유다.
 
결국 국산폰도 '아이폰'처럼 '소비자들의 힘'을 얻어야 이같은 우려를 씻을 수 있다. 스마트폰시장이 기지개를 켜는 이 시점에서 국내기업들은 '소비자의 힘'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곰곰이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기술이 아니라 문화를 파는 시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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