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놓고 해외 석학 '법정 논쟁'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 2010.01.21 17:38

로스 MIT 교수 은행 측 증인으로 앵글 뉴욕대 교수 증언에 반박

은행과 중소기업 사이의 키코(KIKO) 소송이 해외 석학 간 대리전으로 이어졌다.

스티븐 로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 경영대학원 교수는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2부(재판장 변현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D사와 우리은행·외환은행 간 소송에 피고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은행 측이 파생상품의 권위자로 꼽히는 로스 교수를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D사가 앞서 로버트 앵글 뉴욕대 교수를 내세운 것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200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글 교수는 지난달 17일 출석해 키코의 불공정성과 은행 측 책임을 강조했다.

당시 앵글 교수는 "키코가 환율이 급락하면 무용지물이 돼 기업에 불리하다"며 "은행은 유한책임을 지고 기업은 무한책임을 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특정 기업의 계약을 보면 은행의 기대이익이 기업의 기대이익에 814배에 달한다"며 "반면 키코 계약으로 입을 수 있는 기업의 최대 손실금액은 은행의 최대 손실가능금액보다 평균 100배 정도 높다"고 주장했다.

로스 교수는 이 주장을 반박했다. 키코는 수출기업의 환헤지 상품에 적합하고, 은행과 기업 중 한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키코는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당시 상황에 맞게 단순 선물환을 변형한 상품"이라며 "기업들의 환헤지 수요에 따라 설계된 합리적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출기업은 환율이 상승하면 키코 계약에 의해 손해를 보지만 달러화를 보유함으로써 이익이 발생해 이익과 손해가 상쇄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키코가 헤지의 기본 원칙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키코 거래를 통해 폭리를 취했다는 지적에는 "은행은 전체 계약금액의 0.3~0.8%를 마진으로 거뒀다"며 "국제적인 금융 관례나 다른 금융상품 거래 사례와 비춰볼 때 적절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로스 교수는 파생상품 가격 관련 이론인 '재정가격결정이론'을 확립하고 미 재무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파생상품의 대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국내 재판에 증인으로 참여했다는 점 외에도 키코 관련 첫 본안 소송이라는 점에서 이번 재판에 쏠린 관심은 컸다. 앞으로 키코를 둘러싼 기업과 은행의 소송에 하나의 잣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현재 100건이 넘는 키코 관련 소송이 제기된 상태라 은행권이나 기업 모두가 이 재판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제기된 소송의 전체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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