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원자력 시대에 돌입한 석유부국 UAE

오응천 코트라(KOTRA)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장 | 2010.01.21 15:54
아랍에미리트는 원유와 가스 매장량이 각각 세계 5위의 자원부국이지만 동시에 1인당 에너지 소비율이 세계 5위 안에 드는 에너지 고소비국이다. 특히 중동 국가인만큼 섭씨 40도 중반까지 오르는 고온의 날씨와 긴 여름, 사막 지형 특유의 비가 오지 않는 기후와 지형적인 특징으로 인해 에어컨 사용이 많아 석유자원 소비가 많은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모든 물은 담수화 작업을 통해 얻어야 하기 때문에 조경사업과 사막 위의 공원, 골프장 잔디 관리를 위해서 많은 양의 물이 소비되고 있으며, 이렇게 담수설비를 가동하기 위한 에너지 소비 또한 엄청난 규모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랍에미리트는 에너지 효율이 낮은 국가들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효율적인 에너지 자원 개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발전 부분의 경우 발전설비 대부분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친환경 지속성장을 위한 대체에너지 확보에 고심해 왔다. 그 동안 아랍에미리트의 전력공급은 주로 복합화력발전소 등을 통해 이뤄졌으며, 향후 환경적 경제적으로 비용이 절감되는 대체 에너지원을 통해 원자력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2008년 4월 20일 ‘평화적 원자력에너지 개발 및 평가를 위한 정책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2009년 12월 17일 미국과 원자력협력협정을 체결하면서 자체적으로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재처리를 하지 않고 핵연료를 수입해 사용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과도한 초기 건설비용과 기술력 부족, 우라늄 농축 활동의 제약, 핵폐기물 저장 문제 등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대체에너지로 원자력 발전이 아랍에미리트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궁극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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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 한국컨소시엄의 아랍에미리트 원전건설 사업자 선정은 아랍에미리트가 본격적인 원전시대로 진입했다는 신호탄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2017년 첫 완공을 목표로 2020년까지 1400㎿급 원전 총 4기를 아부다비 서쪽 330㎞ 부근(사우디아라비아와 가까움)에 건설하는 것으로서, 건설비용 약 200억 달러, 운영비용 약 200억 달러, 총 4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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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건설될 예정인 원전은 아랍에미리트의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연방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랍에미리트의 에너지 수요가 1만8693㎿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었고 향후 6년 내에 2만2000㎿의 전력이 요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4만858㎿의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게 되어 원자력에너지 개발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아랍에미리트 원전프로젝트는 산유국이 석유 이외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발주한 최초의 대규모 사업이며 에너지 다변화 흐름을 상징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석유자원의 고갈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그린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때까지의 과도기를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원자력 에너지뿐임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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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친환경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유국 중 1인당 온실가스 배출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던 아랍에미리트가 친환경 에너지원 확보에 나선 것은 21세기 녹색혁명의 흐름에 뒤지지 않으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본부를 아랍에미리트에 유치하기로 결정하고 탄소제로도시인 ‘Masdar City’를 건설하는 등 여러 가지 친환경 정책을 취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 연방정부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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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이번 원전프로젝트를 한국기업 컨소시엄이 수주함으로써 원전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우리기업의 시장진출 기회가 크게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관련 기업들의 아랍에미리트 진출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되며, 건설프로젝트 시장이 아부다비로 이동하는 최근 추세와 더불어 이 분야의 아부다비 편중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아랍에미리트는 신재생에너지, 교육, IT 등 아랍에미리트가 향후 집중 발전을 원하는 분야에서 한국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 대한 한국기업들의 적극적인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 12월 27일 원전 사업자 선정 당시에도 한-아랍에미리트 간 경제, 신재생에너지, 교육, ICT 분야 MOU 4건이 함께 체결된 바 있다.

따라서 원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분야 외에도 아랍에미리트가 역점을 두는 상기 신 성장 동력부분에서도 우리 관련기업의 활발한 사업기회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우리기업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아랍에미리트가 관심이 있는 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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