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B금융 사태 '넋두리'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10.01.19 07:55
연말연초 금융권의 화제는 단연 'KB금융'과 강정원 국민은행장이다. 어느 자리에 가든 그 얘기다. 벌써 한달째다. 같은 이슈가 이렇게 오래 지속된 적도 드물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식사자리 대부분을 강 행장 얘기로 보냈다. 그 때문인지 마치 '강 행장'과 함께 밥을 먹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관치·사외이사제도의 문제점, 개인적 욕심 등 많은 얘기가 오간다. 나름의 해석에다 각자의 정보를 보태며 또 다른 분석이 탄생한다.

다만 자리를 뜰 때면 일치된 목소리에 도달하는 데 바로 '너무 한다'는 거다. 강 행장을 도마에 올려놓을 때도, 당국의 관치를 얘기할 때도, KB금융의 대응을 평할 때도 결론은 같다. 속칭 '오버한다'는 얘기다.

특히 '관찰자' 입장에서 그렇다. 각자의 마음은 이해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냐는 안타까움이 적잖다.

'왜 이렇게 됐을까'라는 질문도 식당문을 나설 때쯤 머리 속에 남는 질문이다. 한쪽에선 은행 지배구조를 말하고 다른 쪽에선 관료주의의 폐해를 강조한다. 모두 틀리지 않다.


한데 '그 한쪽'이 그 지배구조를 만들었고 '그 다른 쪽'이 '그 관료'와 손발을 맞춰왔다는 점을 상기하면 명분 쌓기에 지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달라진 게 뭘까. 그 관료에, 그 은행인데 말이다. 딱 하나 장관의 '입심'이다. 과거엔 장관의 말이 먹혔다. 힘의 원천은 인사권이었다. 금융 쪽은 경제팀이 책임졌고 금융회사는 머리를 숙였다.

반면 지금은 다르다. 청와대가 주무부처 장관에게 산하기관 인사권을 돌려준다고 했다지만 현실은 여전하다. 자연스레 사람들은 대통령 주변에 안테나를 세운다.

금융당국은 과거를 꿈꿨다. 말 한마디에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 믿었다. KB금융은 초라해진 금융당국 대신 청와대를 봤다. 관치를 거부하기보다 또다른 관치의 끈을 잡으려 한 셈이다. 이번 사태에 '지배구조 개선'이니 '관치'니 하는 말을 붙이는 것조차 이래서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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