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경찰 지휘부, '무리한 진압' 시인"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10.01.15 15:51

(상보)변호인, 검찰 수사기록 공개 "경찰, 진압계획 갑자기 변경"

'용산참사' 변호인단은 검찰의 미공개 수사기록 2000여 쪽을 검토한 결과 "사건 당시 진압 현장을 지도했던 경찰 지휘부들 스스로 무리한 진압이었음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농성자측 변론을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15일 오후 서울 역삼동 법무법인 덕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장이 검찰 조사에서 '현장 상황을 잘 전달받았으면 중단시켰을 것', '특공대가 작전을 성공시키겠다는 공명심에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망루 진입계획, 갑자기 변경" = 김 변호사는 "당초 옥상, 4층 창문, 지상 순의 진입 계획이 갑자기 변경돼 지상부터 진입하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안전조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망루 상층부로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사다리차 등을 구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지상으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다른 기관과의 관계, 시간 부족으로 안전조치를 제대로 못했다'는 지휘부 진술이 있었다"고 전했다.

화염병이 직접적 발화 원인이 아님을 시사하는 증언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사건 당시 망루에 진입했던 경찰관 2명이 '화염병이 던져져서 불이 타오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장에 있던 화재 진압 요원이 '화염병과 상관없는 불길이 망루 처마 밑으로 흘러 나와 불을 껐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철거민들은 망루 상층부로 올라오려는 경찰을 향해 아래로 화염병을 던졌기 때문에, 망루 처마 발화를 볼 때 화염병 이외의 발화 원인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농성자측 대화 요청, 구청이 거부" = 사건 전 날인 지난해 1월 19일 농성자측에서 대화를 요청했지만 구청이 거부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정보과 형사의 검찰 진술을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경찰과 용산구청은 '무조건 22시까지 해산하라'고만 요구했고, 대화와 설득의 과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또 "김석기 전 서울청장이 사고 전 날 '현장에 시너가 많으니 소방관 옷을 빌릴 수 없나'라고 전화를 걸어 질문했다는 기동본부장의 진술도 나왔다"며 "김 청장은 화재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경찰의 안전대책은 염두에 뒀지만 농성자들의 안전은 신경 쓰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검찰, 경찰의 과잉진압 추궁하다 중단" = 김 변호사는 "검찰 일부는 경찰들의 과잉진압 여부를 집중 추궁했지만, 어느 시점부터 날카로운 추궁은 사라지고 농성자에게만 책임을 물었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경찰 지휘부 몇몇은 "정보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특공대 투입은 중지했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청장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추상적인 답변만을 듣고 조사를 마쳤다.

김 변호사는 "이미 1심에서 '자신이 지휘권자였다면 더 이상 진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경찰의 증언이 다수 나왔고, 이번에 새롭게 과잉진압을 인정하는 경찰 지휘권자들의 진술이 나왔다"며 "사건 당시 경찰 진압은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었고, 따라서 공무집행방해죄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 날 수사기록 2000여 쪽의 주요 내용을 질문 및 답변 형식으로 전했으며, 직접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검토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외부에 공개하는 건 법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비공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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