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금호 리스크 떠넘기기?

더벨 배장호 기자 | 2010.01.14 08:30

아시아나 지분거래로 산업銀 리스크↓·채권은행·FI 리스크↑

더벨|이 기사는 01월12일(15:24)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 "사전 상의없었다..채권단 내부에서 해결하면 될 일"

채권은행↔대우건설 FI↔산업은행 간 다면갈등 양상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워크아웃 결정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금융회사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 그룹 전체 구조조정을 사실상 지휘하는 산업은행이 `고통 분담`을 역설하면서도 뒤로는 리스크를 떠넘긴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12.7%를 시가에 금호석유화학에 넘긴 것과 관련, `산업은행이 과연 몰랐나`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타이어의 주채권은행이긴 하지만 금호산업과 대우건설, 대한통운의 주채권은행은 아니다. 산업은행은 금호석유화학에 대해 9000억원, 금호타이어에 대해 6000억원의 익스포져를 가지고 있다.

이에비해 금호산업과 대우건설에 대해서는 각각 1700억원과 800억원 뿐이다. 이마저도 론이 아닌 채권 형태여서 실제 보유 여부는 불확실하다.

산업銀 익스포져, 금호석화·타이어 > 금호산업·대우건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산업 채권자 입장에서 보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금호석화로 넘긴 것이 금호산업의 변제력을 떨어뜨린 거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산업은행이 주채권자인 금호석유화학의 변제력은 이번 거래로 제고된 측면이 있다. 유사시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통운의 경영권을 담보 가치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거래로 아시아나항공의 기존 최대주주이던 금호산업은 20.8% 지분율로 2대주주로 내려앉은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26.7%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이 최대주주인 대한통운의 지배권까지 확보하게 됐다.

산업은행에 대한 비슷한 의혹은 지난 2008년말 금호렌터카가 보유 자산을 대한통운에 매각할 당시에도 있었다. 당시 산업은행은 금호렌터카의 주채권은행이자 주요주주(산업은행PEF)였다.


당시 대한통운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은 금호그룹이 금호렌터카 자산을 고가에 대한통운에 넘겨 대한통운 주주 가치와 채권자의 담보 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은 금호렌터카 자산 매각 직후 금호렌터카에 대한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산업銀 "사전상의 없었다" 반박

이런 의혹들에 대해 산업은행은 즉각 반박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거래는 사전에 상의된 것이 없다"며 "산업은행도 거래 직전에 금호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금호석화로 넘기는 거래는 원래 금호가 산업은행과 맺은 재무약정에 들어있긴 했다"며 "외부 자금 조달 통로가 막힌 금호산업으로서는 그룹 내부에서라도 시급히 유동성을 확보해야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금호산업 워크아웃을 둘러싼 금융권 내 갈등은 금호산업 채권은행들과 산업은행, 산업은행과 대우건설 FI, 대우건설 FI들과 금호산업 채권은행들간의 다면적 갈등 양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거래에 대해서는 금호산업 채권은행들과 대우건설 FI들이 동일한 이해 관계에서 산업은행을 의심하고 있고,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서는 채권은행들과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FI들을 압박하고 있다.

대우건설 FI "산업銀 제안 수용 못해"

이들 중 대우건설 FI들의 불만은 가장 직접적이다. FI들은 주당 1만8000원에 대우건설 지분을 넘길 것을 일방 통보한 산업은행에 대해 "대우건설과는 직접 관련없는 금호산업의 사정 때문에 FI들이 막대한 손실을 볼 순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우건설 FI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작년 연 매출 7조에, EBITDA가 5000억원 이상, 보유 현금자산이 8000억원이 넘는 우량 건설사"라며 "만약 대우건설이 금호그룹 리스크에서 벗어난다면 대우건설 지분을 헐값에 넘길 필요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경영권은 금호그룹이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 지분 구조상 1대주주인 FI들이 연합할 경우 대우건설 경영권이 FI들 손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금호산업 워크아웃은 깨지고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고, 대우건설 운명은 FI들 손에 내맡겨지게 된다.

산업은행은 금호그룹을 둘러싼 금융회사들간의 갈등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호를 둘러싼 여러 금융사들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거래 등을 문제삼아 외부에 공론화하는 등 여론몰이에 나서는데, 이럴 것이 아니라 채권단 내에서 충분한 법률 검토와 논의를 거쳐 해결하면 될 문제"라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