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이전 백지화' 공무원 반응 "백인백색"

양영권,황국상 기자 | 2010.01.13 16:07
"생활기반을 옮기는 게 어디 쉽나요. 무엇보다 가족과 떨어져 살 걱정에서 벗어난 것이 좋습니다."(공무원 A씨)

"세종시에 가면 그나마 집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아직 내집 마련을 안했는데, 당장 인근 아파트 분양 일정부터 챙겨봐야겠습니다."(공무원 B씨)

세종시 수정안 통과 여부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이들은 공무원들이다. 세종시 원안에 따르면 9부2처2청이 오는 2012년부터 순차적으로 세종시로 이전한다. 따라서 소속 공무원들은 생활 기반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전 계획은 백지화되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이같은 수고를 덜 수 있다. 그러나 수정안에 대한 반응은 부처, 직급, 맞벌이 여부 등에 따라 엇갈렸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관심은 이전 대상 부처가 몰려 있는 정부 과천청사 근무 공무원들 사이에서 뜨겁게 느껴졌다. 과천 청사 공무원들은 대부분 이번 수정안을 반기는 편이다.

먼저 청와대나 국회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할 일이 많은 고위직이나 중·고, 대학생 자녀를 둔 공무원들은 수정안을 적극 지지했다.

과천의 한 정부부처 국장은 "수도가 세종시로 옮긴다 하더라도 교육 문제 때문에 혼자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또 회의 참석을 위해 세종시와 서울을 오가며 길에서 시간을 버리지 않아도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의 한 과장도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게 일부 부처만 옮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며 "국회에서도 이같은 점을 알고 통과시켜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우자가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지경부의 한 직원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게 개인생활에 부담을 주면 생각이 달라진다"며 "세종시 이전이 거론됐던 부서라면 다들 반기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미혼의 한 여성 공무원은 "서울의 문화적인 혜택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외벌이' 사무관은 "서울과 과천 인근에 집 마련하기가 너무 어려워 세종시 이전을 내심 반겼다"고 이번 수정안 마련에 내심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애초 이전 대상이 아닌 외교통상부와 통일부, 행정안전부 등이 몰려 있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공무원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다.

한 통일부 공무원은 "사실 세종시 원안의 내용이나 이전 일정 등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다"며 "직접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관심이 덜 가는 편"이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의 경우 이전 대상 부처와 다른 이유로 이번 수정안 마련을 반겼다.

행안부 관계자는 "행안부 전체로서는 대규모 청사이전 작업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청사이전 계획수립부터 이행까지 많은 인력과 재원, 시간이 소모되는데 수정안이 마련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당장 청사 이전이 코앞에 놓여있기 때문에 세종시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경우다. 문화부는 올해 착공되는 대한민국관 건립을 위해 현재의 청사를 비워주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 하는 처지다.

문화부 관계자는 "몇년 후에야 이전이 가시화되는 세종시에 대한 논의보다 당장 2~3개월 후 이사해야 할 일이 걱정"이라며 "당장 새 청사 부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바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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