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특혜논란, "원형지가 뭐길래"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 2010.01.13 14:39
정부가 국내 대기업에 세종시 지식산업용지를 3.3㎡당 40만원 이하의 파격적인 가격에 공급하기로 하면서 특혜논란이 일고 있다. 용지 공급방법도 원형지라는 생소한 방식을 제안했다.

원형지란 주간선도로 및 상하수도 등 기초 인프라 외에 부지조성공사는 하지 않고 미개발지 상태로 공급하는 토지를 말한다. 토지 공급가격도 조성용지에 비해 개발비용을 뺀 만큼 싸게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계획적 구역개발(Planned Unit Development)나 영국의 도시마을(Urban Village)에 기초를 둔 개발방식이다.

생소하기는 하지만 이미 남양주 평내, 용인 죽전, 용인 동백 등의 택지개발지구에서 5만~20만㎡ 규모의 블록형 단독주택지를 원형지로 공급한 사례가 있다. 세종시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첫마을이 원형지로 공급됐다. 50만㎡ 이상 대규모 용지를 원형지로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형지로 공급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행복도시 첫마을은 친환경 개발과 공기 단축을 위해 원형지로 공급한 사례다. 토지를 조성한 다음을 공급하는 절차를 없애 사업기간을 단축했다는 것이다. 원형지는 실시계획승인 전에 조성되지 않은 토지를 공급하고 개발계획단계부터 토지이용계획과 건축계획을 동시에 수립함으로써 사업기간이 단축돼 비용이 절감된다.

이유는 또 있다. 기존 공급방식의 경우 사업시행자가 절토·성토와 세부도로 등 부지조성공사를 실시한 후 공급함에 따라 개발자의 수요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 원형지 개발방식의 경우 개발자가 사업 특성에 맞게 부지를 직접 조성함으로써 개발목적에 부합하는 최적의 맞춤형 방식으로 개발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형지 공급은 왜 특혜논란을 일으켰을까. 정부는 원형지 개발방식을 통해 국내 대기업과 대학 등에 세종시 평균 토지조성비인 3.3㎡당 227만원보다 151만원이나 싼 평균 38만원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3.3㎡당 평균 조성비 38만원을 더하면 기업이 땅을 받는데 지불할 비용은 76만원으로 인근 산업단지 평균공급가격과 비슷하다.


정부는 원형지 개발방식을 적용한 조성비가 싼 이유를 기존 개발방식과의 차이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만약 기존지형의 표고가 구릉지 60~100m를 포함해 15~100m일 경우 기존 개발방식은 표고가 높은 곳은 절토하고 낮은 곳은 성토해 평평한 택지를 만들다보니 조성비용이 증가한다.

반면 원형지는 과도한 절토와 성토를 피하고 개발자가 지형을 최대한 살려 개발할 수 있도록 해 조성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 각 기업의 개발계획에 따라 비용이 다르겠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보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해당 기업들이 특혜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정부에 제출한 개발계획대로 세종시를 첨단과학클러스터로 조성하고 파격적인 조건에 받은 땅을 통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택지개발 직전 지형도 사례 ⓒ국토해양부

↑절토와 성토를 통한 기존 택지개발방식 ⓒ국토해양부

↑기존 지형의 특수성을 최대한 살린 원형지 개발방식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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