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로 다 가져가나" 시도지사들 불만 표출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10.01.12 17:27

청와대 시도지사 초청 오찬간담회서 세종시 우려 표시

12일 낮 청와대 본관 인왕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 15명의 시도지사들이 속속 입장했다.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박준영 전남 지시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시도지사들이 이명박 대통령 초청으로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16개 시도지사가 협력해줘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덕담으로 말문을 연 이 대통령은 본론인 세종시 문제를 꺼내들었다. "세종시 때문에 다른 지역이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이 일로 여러분이 피해입지 않도록 중앙 정부와 대통령인 제가 노력 하겠다"고 수차례에 걸쳐 약속했다.

충청민심을 잡기 위해 여타 지역으로 갈 기업과 공공기관을 세종시로 보낼 것이라는 이른바 '세종시 블랙홀'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등 기존 지역개발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6월로 다가온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의식한 듯 시도지사들은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자기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확약을 대통령으로부터 받아내려는 노력도 치열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세종시에 다 가져가는 게 아닌가 하고 주민들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대통령께서 국가산단 및 첨단복합단지와 관련해 확실한 무언가를 보여주시면 안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로 집중되고 있다. 기초과학분야는 세종시에서 검토하더라도 산업친화적인 것은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현장에서 하는 게 맞다고 생각 한다"고 지적했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세종시를 교육과학경제도시로 발전시킬 경우 광주전남과 중복된 산업이 있다"면서 "광주는 광산업, 전남은 태양광, 풍력 등 녹색에너지 산업이 있는데 세종시 투자항목으로 돼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주의 경우 광산업 특화에 희망을 갖고 있는데 LG가 세종시에 투자를 한다고 해 우려가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김완주 전북지사는 "새만금 산업 단지가 올해부터 분양에 들어가는데 세종시 땅값이 파격적으로 낮아져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세종시가 위치한 충청권 시도지사들은 비판과 함께 정부의 지원을 얻어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대전은 행정수도가 거론되면서 기업도시든 혁신도시든 모든 데서 배제 되었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며 "세종시가 과학 중심, 도시기능적 차원에서 (대전과) 중복돼 대전이 축소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좀 더 세밀하고 꼼꼼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충북의 경우 신성장동력 산업, BT, IT 전기전자부품, 태양광에 주력하고 있는데 몇 개 부분에서 세종시와 충북이 추구하는 것이 겹친다. 앞으로 불가피한 경쟁을 겪고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단체장들은 행정도시 차단이라는 목표가 달성됐기 때문인지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수도분할이라는 망국적인 포퓰리즘을 막아주신데 대해 국가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큰 결단을 하셨다고 생각하고, 감사드린다"고 대통령의 결단을 치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며 "북경권, 상해권, 홍콩권 등 주변 도시들이 큰 규모로 통합되는 발전 양상을 보면 우리도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이 함께 힘을 모으고, 교통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
  5. 5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