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예금모집인' 둔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정진우 기자 | 2010.01.11 05:33

수신기반 확대 포석, 개인금융본부 신설해 본격 영업나설 듯

산업은행이 '파이낸셜플래너(FP)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금융기관들은 대개 대출이나 카드판매 확대를 위해 FP조직을 운용하는데, 산은은 이례적으로 예금영업에 이를 활용할 예정이다. 상업은행에 필수적인 수신기반이 없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수신확대를 위해 FP제도 활용방안을 논의했고, 조만간 개인금융본부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산은에서 처음 만들어지는 개인금융본부는 민유성 산은금융 회장(은행장 겸)과 씨티은행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구안숙 고문이 맡을 예정이다. 구 고문은 국민은행 프라이빗뱅킹(PB) 담당 부행장을 지낸 VIP영업 전문가다.

금융기관에서 예금과 관련해 모집인제도를 도입하는 건 산은이 처음이다. 은행이나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이 운용하는 FP조직은 대출이나 카드영업에 국한된다.

산은이 구상하는 방안은 비정규직 FP를 채용해 이들이 유치하는 예금액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형태다.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예금 1억원당 0.1% 내외의 수당이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예금 100억원을 유치하면 1000만원을 받는 구조다.

산은 FP는 여신거래가 많은 기업보다 거액자산가를 중심으로 한 영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거래를 계속해서는 '개인고객 수신기반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산은 입장에서는 FP영업을 통해 개인금융 상품의 경쟁력을 가늠하고, 수신영업의 노하우를 체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산은은 우선 100명 내외의 FP조직을 출범한 후 추이를 보며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민영화를 앞두고 상업은행으로 변신을 서둘러야 하는 처지다. 이를 위해서는 넓은 영업망이 확보돼야 하나 현재 산은의 국내 영업점은 45곳에 불과하다. 국내외 은행 인수·합병(M&A)도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금융계는 예금모집인 조직의 성공 가능성에 엇갈린 시각을 제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집인을 통해 예금을 조달할 경우 자금의 원가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모집수당을 예금의 0.1~0.2%로 책정해도 전체 수신액 기준으로는 적잖은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가들의 자금을 유치하려면 이와 별도로 상품 자체의 경쟁력도 올려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FP수당뿐 아니라 예금금리도 함께 올려야 한다는 이중부담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이 예금을 확보하기 위해 운영하는 영업점과 그에 따른 인력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산은이 영업점을 새로 내 예금을 유치하는 것보다 FP를 활용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 일각에선 산은이 FP조직을 도입하는 것이 M&A을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인수대상 은행에도 새로운 인력을 배치해야 하는데, 이때 FP조직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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