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선 보닛을 열어봐라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 2010.01.12 08:10

전기차관 따로 마련... 전기차 통해 배터리 업체 경쟁 구도 엿볼 수 있는 기회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자동차 보닛을 열어봐라.'

11일(현지시간) 개막된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시장의 경쟁현황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자동차 업체들은 보통 배터리 전문업체와의 제휴나 조인트벤처(JV) 설립해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이번 모터쇼에 전시되는 전기차를 통해 배터리 업체들의 시장 진출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날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디트로이트 모터쇼엔 모터쇼 사상 처음으로 일렉트릭 에비뉴란 이름의 전기차 전시관이 따로 마련됐다. 3437㎡(약 1040평) 규모의 전기차관엔 20여 종의 전기차와 전기차 관련 첨단장비들이 전시됐다.

GM과 BMW, 현대차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시를 통해 미래 자동차 시장의 핵심이 될 전기차 이슈를 선점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배터리를 엔진 대신 쓴다는 점이다. 배터리를 비롯한 충전 장치가 보통 보닛속 엔진 자리나 트렁크 또는 자동차 밑에 T자형으로 배치된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핵심 부품이 엔진이기 때문에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엔진 제작 업체와 사실상 동의어다.

하지만 전기차는 사정이 다르다. 일부 자동차 업체들이 자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는 있지만 대부분은 기존 배터리 전문 업체와의 짝짓기를 통해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자동차 핵심 부품을 자동차 업체가 아닌 배터리 업체가 만드는 것이다. 현재 배터리 시장은 LG화학과 삼성SDI, SK에너지 등 한국업체와 산요와 GS유아사 소니 등 일본업체가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BYD 등 중국 업체가 추격을 벌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이 보편화 될 경우 자동차 산업의 키를 자동차 업체가 아니라 배터리 업체가 쥐게 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LG화학 배터리가 장착된 시보레 볼트
전기차 모델별로 보면 우선 2010년 양산 예정인 GM의 시보레 볼트엔 LG화학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갔다. GM은 이번 모터쇼에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자사의 전기차 기술을 알릴 계획이다. 모터쇼 전시와는 별도로 GM의 테크센터에서 기자단을 상대로 볼트 시승회를 열고, 배터리 관련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최대 상용차 부품 메이커인 이튼과도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GM과 현대ㆍ기아차, CT&T에 이어 새로운 공급선을 확보함을 물론 승용차와 도시형승용차에 이어 상용차 시장에도 진출하게 됐다. 포드 등과도 배터리 공급과 관련해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 배터리가 장착된 BMW 액티브E
BMW가 내놓은 전기차 '콘셉트 액티브E'엔 SB리모티브의 배터리가 장착됐다. SB리모티브는 산요에 이어 세계 2위 리튬이온 배터리 업체인 삼성SDI와 보쉬의 합작사다.

BMW 1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액티브E는 BMW 전기차 프로젝트의 사실상 시험 모델로, 여기에 쓰인 핵심 부품들은 향후 BMW 다른 전기차 모델에도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도시형전기차 업체인 CT&T의 부스엔 SK에너지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전시되고 있다. 모터쇼에서 배터리 업체가 자사의 배터리를 따로 전시하는 것은 SK에너지가 처음이다. 분리막 등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 소재를 만들다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 뛰어든 SK에너지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2명의 실무진을 파견, 자사의 배터리를 적극 알린다는 전략이다. SK에너지는 최근 다임러 계열의 상용차 브랜드인 푸소(FUSO)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해 상용화의 길을 열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주로 자국 배터리 업체들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배터리를 공급 받고 있다. 도요타가 산요, 혼다와 미쓰비시가 GS유아사, 닛산이 NEC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한 상태다. 여기에 소니가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불참했던 닛산은 올해말 출시 예정인 전기차 리프를 들고 나왔다.

중국 BYD도 주목대상이다. 휴대폰 및 노트북,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업체에서 최근엔 아예 자동차 업체로 변신한 BYD는 자동차 산업의 헤게모니가 배터리 업체로 옮겨갈 것이란 가설을 실증한 첫 사례다. 이 회사는 2008년 F3DM이란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데 이어 배터리만으로 구동이 가능한 E6를 개발해 이번 모터쇼에서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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