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IPO, 법원의 '태클?'

더벨 이재영 기자 | 2010.01.08 08:56

비현실적 조정안 제시...수용시 에버랜드 '금융지주사' 덫 빠져

더벨|이 기사는 01월07일(11:2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삼성자동차 소송과 관련해 법원의 조정안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삼성생명 기업공개(IPO)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조정안이 제시한 '이건희 전 회장 삼성생명 주식 50만주 추가 출연' 조건이 비현실적이어서 삼성이 받아들이긴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2월29일 삼성차 채권단과 삼성에 소송 관련 강제조정안을 통보했다. 이 조정안은 삼성이 채권단에 줘야 할 이자를 1심 판결 때의 6862억원에서 2086억원으로 70% 줄이는 대신 이 전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50만주를 추가 증여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정안은 2주 안에 이의신청이 없으면 합의로 간주돼 확정 판결 효력을 갖는다. 채권단의 경우 4분의 3(14곳 중 11곳) 이상이 찬성하면 조정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간주한다. 오는 11일까지 삼성과 채권단 중 어느 한 곳에서라도 이의신청이 제기되면 조정안은 폐기되고 서울고등법원 정식 재판으로 넘어간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번 조정안이 현재 구도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폐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만약 삼성이 조정안을 수용한다면 삼성생명은 상장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 지금껏 발목을 잡고 있었던 '금융지주회사'의 덫에 다시 빠지게 되기 때문. 삼성차 채권단의 IPO 참여를 통한 자금 회수도 물 건너간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12월14일 삼성생명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 2004년 SC제일은행에 맡겼던 삼성생명지분 120만주(6%)의 신탁 계약을 해지하고 되찾아왔다. 이에 따라 삼성에버랜드가 소유한 삼성생명 지분은 386만8800주(19.34%)로 늘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이 전 회장이 50만주를 내놓으면 지분이 현 415만1918주(20.76%)에서 365만1918주(18.25%)로 줄어든다. 삼성에버랜드가 다시 최대주주가 되는 것. 이 상태에서 삼성생명이 상장하면 삼성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를 피할 수 없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7.5%를 외부에 매각해야 한다.

서울고등법원이 삼성생명 주식 50만주의 가치를 5000억원으로 파악해 이를 지연이자와 대치하는 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삼성생명 주식 1주의 거래 가격은 100만원선. 하지만 IB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주당 공모가가 120만원에 달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생명도 최근 삼성전자 퇴직연금(1조1800억원)을 유치하는 등 공모가격 끌어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공모가를 120만원으로 가정하면 채권단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234만여주의 가치는 2조8080억원에 달한다. 1심 판결에서 법원이 지급하라고 선고한 2조3199억원(원금 1조6338억원, 이자 6861억원)보다 5000억원이나 많다. 공모가가 업계 예상 수준으로 나온다면 채권단은 구주매출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차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 상장의 기본 원칙은 이건희 전 회장의 50만주 추가 증여 없이 채권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법원이 삼성차 소송과 삼성생명 상장에 대한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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