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는 제일화재와 한화손보의 합병을 촉발시킨 '주역'이면서 양 손보사의 합병으로 격화될 경쟁의 맞상대이기도 해서다. 6일 보험업계와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제일화재 지분 4.91%(131만여주)를 갖고 있다.
이는 메리츠화재가 2년전 주도했던 제일화재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의 흔적이다. 메리츠화재는 관계사들과 함께 2008년 3 ~ 4월 제일화재를 집중적으로 매수하면서 M&A에 응할 지를 공개 타진했었다. 당시 제일화재 지분 대량 매입과 공개 매수 제안 등도 병행됐다.
하지만 제일화재는 메리츠화재의 요구를 거부하고 친족 관계에 있던 한화그룹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제일화재 전 사주(김영혜 전 이사회 의장)의 남동생인 한화 김승연 회장은 계열사들을 통해 제일화재 주식을 사들였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한화손보, 대한생명) 경영진도 제일화재의 2008년 5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으로 선임되면서 M&A 불가가 선언됐다.
지분 경쟁에서 압도당한 메리츠화재는 M&A 뜻을 접고 향후 추이를 지켜보는 것으로 물러섰다. M&A 경쟁이 끝난 뒤로는 제일화재 거래량은 수만주 ~ 수십만주에 머무는 정상 상태로 돌아와 메리츠화재쪽의 지분 처분도 쉽지 않았다.
그 뒤 제일화재와 한화손보의 통합 작업도 빨라졌고 제일화재는 지난달 24일 이후로 거래가 정지됐다. 또 지난 4일에는 통합회사 출범식이 열렸다. 합병 마무리 후에는 제일화재 1주는 한화손보 0.6820578주로 교환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메리츠화재가 보유중인 제일화재 131만여주도 한화손보 89만여주로 바뀐다. 6일 한화손보 주가로 계산하면 108억원 정도가 돼 취득 당시(153억원)보다 45억원 정도를 손해본 셈이다. 한화손보 주가가 올라야 이득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메리츠화재에는 한화손보 주가 상승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업계 6위 한화손보(제일화재+한화손보) 주가 상승은 합병 이후의 외형 확대와 시너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5위인 메리츠화재로서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원수보험료 기준(지난해 9월 당시)으로 제일화재와 한화손보를 합치면 1조3000억원대에 달해 메리츠화재와의 격차는 3000억원 정도에 그친다.
한화손보는 대한생명 상장과 함께 한화그룹의 네트워크를 보다 활발히 활용하겠다면 5년 후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보험업계에서는 M&A를 둘러싸고 앙금이 깊었던 메리츠금융그룹과 한화간의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보유지분의 주가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쪽은 “제일화재 주식 취득은 M&A 등을 겨냥한 전략적 결정이었던 만큼 평가손실에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있다”며 생보사 상장에 따른 보험업계의 재편과 경쟁 등에 차분히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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