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타고 떠나는 따듯한 겨울여행

머니투데이 최병일 기자 | 2010.01.07 08:55

레일크루즈 '해랑'...땅위의 유람선

남아프리카의 블루 트레인, 인도의 왕궁열차, 대열반 열차, 노르웨이 피요르드 열차, 러시아의 시베리아 횡단열차 등 세계 각 곳에는 열차로 떠나는 수많은 여행코스가 있다. 가도 가도 끝없는 대지위에 펼쳐지는 풍경들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분단의 땅 장대한 자연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은 없어도 아기자기한 우리 국토의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열차 여행이 있다. 레일크루즈 해랑을 타고 떠난 1박 2일간의 추억 여행속으로 함께 떠나보자.

첫째날
해랑은 말 그대로 '해와 함께' 라는 뜻의 순 우리말이다. 태양과 더불어 고객과 함께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유람하는 열차라는 의미를 담고 있단다. 봉황의 로고가 금색으로 칠해진 해랑의 겉모습은 유럽에서 보았던 고급 열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열차 안으로 들어가니 다양한 형태의 객실이 꾸며져 있다. 객실마다 침대가 있고 샤워시설까지 갖추어져 웬만한 호텔 부럽지 않다.
9시가 되니 서서히 기적을 울리며 열차는 사뿐히 대지의 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익산 미륵사지. 기차는 익산 역에 도착했다. 버스로 갈아타고 미륵사지 유적지를 돌아보니 아직도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백제 30대 무왕 때 건립한 미륵사지는 6층까지 남아있던 백제시대 최고의 조형물 중 하나였다. 지난 2001년 완전 해체하여 올해 안에 복원을 마무리할 예정이라 아직도 주변의 모습은 어수선 하다. 1층 탑신은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보았던 배흘림 기둥이다. 배흘림 기둥은 기둥 높이의 3분의 1 지점이 제일 굵고 위는 아래보다 더 가늘게 하는 조형기법. 기둥에 배흘림을 두는 것은 구조상의 안정과 착시현상을 교정하기 위한 심미적인 착상에서 나온 수법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굳건하면서도 온화하고 섬세한 백제인들의 기품을 많이 닮았다.

3시간 정도 미륵사지를 둘러보고 다시 열차를 타고 목포로 이동했다. 어느덧 긴 그림자가 대지를 덮고 있다. 목포 역에서 내려 유달산으로 향하니 검푸른 형상처럼 유달산이 보인다. 유달산은 옛 부터 영혼이 거쳐 가는 곳이라 하여 영달산으로 불리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유달산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

영혼이 심판을 받는다 하여 이름 붙여진 일등바위부터 심판받은 영혼이 이동한다 하여 이름 지어진 이등바위(이동바위)도 유달산 자락에 놓여 있다. 유달산을 거쳐 목포의 또 다른 상징인 갓 바위로 이동했다. 갓 바위는 대구에도 있고 부산에도 있지만 목포에서 보는 갓 바위는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다. 마치 두 개의 갓을 쓴 듯한 바위의 형상은 미묘하게 사람의 심장을 건드린다.
첫째 날 여행이 끝나고 기차 안에서는 통기타 라이브공연이 열렸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와인을 마시며 듣는 통기타의 여운은 열차여행만의 독특한 매력처럼 느껴졌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 잠은 오지 않았다. 인도의 열차처럼 심하게 흔들리지 않아도 일정한 리듬으로 움직이는 열차 안에서 잠이 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듯싶다. 그렇게 몇 번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다. 어린 시절 즐겨보았던 '은하철도 999'의 메텔이 슬픈 눈을 하고 우주를 바라보는 꿈을 꾸었다.


둘째 날

아침 7시 잠을 깨니 어느 덧 기차는 순천에 도착해 있었다. 순천의 갈대밭은 겨울에 보기에는 조금 살풍경하다. 갈대는 풀기 없이 흐트러져 얼어붙은 겨울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가을 무렵 순천 갈대밭은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갈대꽃이 피고, 흰색의 철새가 날아오르는 광경은 한 폭의 그림으로도 담아낼 수 없는 절경이다.

이곳 순천만은 철새들의 보고다.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를 비롯해 검은머리갈매기, 황새, 저어새, 노란부리 백로 등 국제적 희귀조류만 무려 11종과 200여종의 다른 조류들이 모이고 흩어진다. 그 때문에 사진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순천만에 렌즈를 대고 자연이 보여주는 황홀한 이벤트를 찍으려 모여들곤 한다.

여행의 끝은 선암사였다. 선암사는 단아하고 고풍스럽다. 몇 번을 가도 질리지 않는 소담한 매력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사찰이기도 하다. 도선국사가 창건 선암사 주위에는 수령이 수 백 년은 족히 되었을 상수리 동백, 단풍나무 등이 울창하다.
가을 철 선암사는 붉은 빛 단풍이 비처럼 떨어지는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장엄하고 화려한 대웅전과 대웅전 앞 좌우에 서있는 삼층석탑까지 어느 곳 하나 눈길을 뗄 수가 없다. 선암사 왼편 등산로를 따라 가면 보이는 높이 17미터의 마애불 또한 잊지 말고 찾아야 할 곳이다.

선암사 관광을 마치고 순천 역을 출발해 다시 서울로 향했다. 기차여행은 기대했던 것보다 소박했지만 긴 여운을 남겼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우리 국토의 속살을 보드랍게 어루만지는 여행. 기차의 심장소리를 느끼며 잠들었던 하루는 낭만적인 추억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듯싶다.
최병일 기자 skycbi@

해랑 상품
2박3일 아우라 여행 (매주 화요일 출발)
패밀리룸(3인) 1인당 797,000원 디럭스룸(2인) 1인당 975,000원 스위트룸(2인) 1,160,000원 패밀리룸 1인 추가시 330,000원
1박2일 해오름 여행 (매주 토요일 격주 운행)
패밀리룸(3인) 1인당 517,000원 디럭스룸(2인) 1인당 640,000원 스위트룸(2인) 770,000원 패밀리룸 1인 추가시 180,000원

문의 www.korailtour.com 1544-4590 02-378-8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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