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고객 1000만 '특수시중은행' 본격 도전"

대담=정희경 부국장대우 금융부장, 정리=권화순 기자 | 2010.01.07 07:15

[도전! 2010] 은행장 릴레이 인터뷰(4) 윤용로 기업은행장

- IBK월드· 마트점포 확대 신규고객 유치
- 중국· 베트남 타깃 글로벌 플레이어 도약
- 올해 중기대출 29조 금융위기 이전 수준
- 중소이외 중견기업 위한 지원제도 필요

"앞으로 '국책은행' 대신 '특수시중은행'이라고 불러주세요.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직접 경쟁하면서 동시에 대주주인 정부에 책임을 지고 일하는 시중은행입니다."
ⓒ송희진 기자

윤용로 행장은 기업은행을 '특수 시중은행'이라고 했다. 이 정의엔 취임 3년째를 맞는 윤 행장의 '고민'과 '도전'이 고스란히 담겼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주목받은 '특수' 은행이었다. 금융위기를 헤쳐나오면서 시중은행보다 한발짝 앞서 중소기업 지원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중소기업대출 점유율이 50%에 육박했다.

그렇다고 실적이 뒤진 것은 아니다. 부실 우려를 털어내고 건전성·수익성 측면에서 시중은행 못지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사회적 관심사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년취업 1만명 프로젝트'를 시작해 1만2000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는 '시중은행'으로서 본격적인 도전을 시작한 셈이다.

지난달 '경영자율권 확대 시범기관' 4곳 중 하나로 선정돼 멍석은 이미 깔렸다. 인력확충 등 제약이 풀려 시중은행과 경쟁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윤 행장을 집무실에서 만나 올해 경영전략과 과제를 들어봤다.

―숨가쁜 한 해를 보내셨습니다.
▶많은 부문에서 변화가 있었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을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정부에서 1조3000억원 규모로 출자를 했습니다. 자기자본이 3조5000억원으로 늘어난 게 큰 변화입니다. 이에 부응해 중소기업의 금리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대출금리를 1%포인트 인하했습니다. 또 '청년취업 프로젝트'를 지난해 2월3일부터 시작했죠. 많은 청년이 일자리를 찾았는데 앞으로 2만명, 3만명, 4만명이 될 때까지 꾸준히 진행할 겁니다.

―지난해 말엔 경영자율권 확대 시범기관으로 선정됐습니다.
▶시중은행과 직접 경쟁을 하는 국책은행은 기업은행밖에 없습니다. 정부에서 이런 특수성을 인정해준 셈이지요. 중소기업에 특화된 은행이면서 동시에 모든 분야에서 시중은행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게 기업은행의 운명입니다. 제가 취임한 지 2년이 됐는데 지금껏 경험을 해보니 한쪽 발이 묶여 있어 공정경쟁을 하기가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앞으로는 인력운용 면에서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책임도 뒤따릅니다. 성과를 못내면 1년 뒤에 반납을 해야 합니다. 성과가 우수하면 우수한 대로, 미달하면 미달하는 대로 '당근'과 '채찍'이 있죠. 이제 언론도 '국책은행'이 아닌 '특수 시중은행'으로 불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민영화의 일보 진전이네요.

▶제가 취임 초부터 말씀드린 게 경영상의 민영화입니다. 정부가 지분 51% 이상을 가진 지배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영업상 민영화를 하겠다는 뜻입니다. 정부에 책임을 지는 시중은행인 거죠. 시중은행의 경우 주주가 있긴 하지만 너무 분산돼 있습니다. 요즘 바람직한 지배구조 모델을 두고 여러 얘기가 오가는데 어떤 모델이 바람직한지, 정답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은행권의 가장 큰 이슈가 인수·합병(M&A)입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한 연설에서 금융위기에서 반성할 대목으로 'too big to fail'(대마불사)을 꼽았습니다. 금융기관이 너무 크다보니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그래서 쪼개야 한다는 게 그의 기본시각입니다. 물론 은행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대형 금융기관이 몇 곳 있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로컬에서 잘하는 은행이 있어야 하고, 중간 정도 규모의 은행도 필요하죠. 기업들이 대기업, 중기업, 소기업이 있는 것처럼 은행도 산업구조를 잘 이뤄야 합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면서 느끼는 것은 위기 때 움직일 수 있는 스킴을 갖춘 은행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큰 은행만이 정답은 아니죠.

―글로벌 플레이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뛰는 리딩뱅크가 나오면 좋습니다. 그런데 그게 M&A를 통해 자산을 키운다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죠. 국제적인 감각이 있어야 하고 전세계적으로 나가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 일본 대형은행들이 M&A를 한 뒤 해외로 나갔지만 실패한 사례도 곱씹어봐야죠. 그래서 기업은행은 중국 베트남 2곳을 타깃으로 잡았습니다. 경험상 중국 중소기업들이 국내 금융기관하고 궁합이 잘 맞습니다. 미국이나 영국까지 진출계획을 잡았다가는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까지 놓치는 격'이 될 수 있습니다.
ⓒ 송희진 기자


―올해 중소기업 지원전략은 무엇인가요.
▶중소기업대출은 지난해보다 3조원 적은 29조원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일시적인 자금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이와 별도로 중견기업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다보니 맞닥뜨리는 문제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세제지원이 없어진다는 점입니다. 결국 회사를 쪼개서 중소기업으로 남는 방법을 택하는 기업도 많죠. 산업계의 '양극화'가 심각합니다. 320만개 기업 중에서 중견기업이 2000개도 안됩니다. 대기업은 기껏해야 몇백 개인데 결국 99.9%가 중소기업인 거죠. 중견기업에 적합한 지원제도를 만들어 글로벌 플레이어로 올라서도록 해줘야 합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금융에선 부동의 1위인데 개인금융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올해 개인고객 1000만명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시중은행과 대등한 경쟁을 위해 창구조달에 힘을 쓸 생각입니다. 유효 신규고객을 늘리고, 교차판매도 활성화하려고 합니다. 직원수와 전용면적을 줄인 'IBK월드' 점포와 마트내 점포도 늘릴 계획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개인여신 비중을 높이기 위한 플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하신 것도 그 일환인가요.
▶개인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고민이 있죠. 중소기업을 지원하려면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한 데 개인고객이 그런 역할을 합니다. 나아가 서민의 대출이자 부담을 덜어주자는 차원이 큽니다. 경제위기를 벗어나 이제 금리상승이 예상되는 데 그러면 서민들의 이자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은행이 얻은 이자이익의 일정부분을 포기하고서라도 금리를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은행권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퇴직연금 유치전략이 있으시다면.
▶기존 퇴직신탁이나 보험의 세제혜택이 올해 폐지되고 노동부 발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에 따라 퇴직연금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만큼 금융권의 경쟁도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신탁사업단을 신탁연금본부로 격상하고 부서도 1개 신설했습니다. 인력기반 확충을 위해 전문인력 충원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