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고용을 화두로 던진 이유는 다소 차이가 있다. 여당은 정부의 정책에 발을 맞춰 당정청이 함께 실업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미다. 반면 야당은 정부가 말로만 고용을 외치지 말고 실제로 움직여야 한다는, 정부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여야 모두 밑바탕에는 고용없는 성장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의 가장 큰 이슈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한나라당은 5일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일 신년연설에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순위로 둔 것에 발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위기극복과정에서 소외된 분들을 보듬고 서민 체감경기에 온풍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외국에서도 우리 경제가 올해에 위기를 극복하고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지만 국민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이 체감하는 진정한 성장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밝혔다.
즉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부터 강조해 온 '친서민정책'을 위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역시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일자리 문제라는데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현 정부의 정책은 이것과는 거리가 먼, 즉 서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각을 세웠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에 "다른 어떤 것보다도 젊은이들의 일자리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자"고 요구했다. 정 대표는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을 봤는데 별로 홍보할 업적이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업적을 홍보하는데 치중한 기자회견"이라며 "수십만명의 젊은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4대강 사업이 토목위주고,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라며 "4대강에 집착하는 이 정권이 60만의 젊은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정부와 여야가 함께 일자리 대책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처럼 여야가 동시에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은 그만큼 현재 고용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시장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특히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며 '경제성장률 1%=취업자 수 6만명 증가'라는 공식도 깨졌다. 경기회복이 고용시장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야당의 지적대로 청년 실업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
이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일자리'를 강조하고 "올해 우리 정부가 '일자리 정부'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문제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정부와 여야가 동시에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과제로 삼은 만큼 올해초 정국은 고용에 대한 고민과 여야간 정쟁이 큰 축을 이룰 전망이다. 특히 여당은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고용정책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민심을 잡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물론 야당 역시 '야당의 발목잡기로 인해 실업문제가 더 꼬였다'는 식으로 비춰지는 건 부담이다.
한 정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고용문제는 정치권에서 매우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문제"라며 "단순히 당리당략에 따라서만 접근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여야 모두 신중하고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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