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LG생건 사장의 3가지 인생목표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 2010.01.05 14:21

[신년 인터뷰]차 사장 "난 분위기 메이커일뿐..성공 자만 빠져선 안 돼"

'승부사, '구원투수', '차세대 CEO', 'M&A의 귀재', '미다스의 손' 등등.

화장품 업계에서 차석용 LG생활건강 사장을 부르는 수식어는 아주 화려하다. 그러나 그가 2005년 1월 LG생활건강의 대표 이사에 취임한 이후 벌어진 이 회사의 '변신'은 훨씬 더 화려하다.

지난 5년간 LG생활건강의 매출은 연평균 16%,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연평균 약 34%씩 성장했다. 그 결과 매출은 2배, 영업이익은 4배가 됐다. 2만 원 대였던 주가는 30만 원에 육박, 10배 이상 올랐다. 4000억 원이던 시가총액은 5조원 가까이 됐다.

LG생활건강에 부임한지 만 5년을 채우고 6년차 업무를 시작하는 첫날인 지난 4일, 차 사장을 직접 찾아가 만났다.


지난해 말 '더페이스샵'을 전격 인수, 화장품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주인공이었던 만큼 올 한해를 맞는 소감이 남다를 것으로 기대됐지만 차 사장의 대답은 소탈했다. "한해를 맞을 때마다 항상 고민이 많죠. 작년에는 작년대로 고민했고 올해는 경기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만만찮아요. 늘 고민입니다."

코카콜라보틀링(현 코카콜라음료)을 인수해 단숨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고, 더페이스샵까지 인수해 업계에서 차 사장은 '승부사'로 일컬어진다. 차 사장은 그러나 정작 스스로를 '분위기 메이커'라고 낮춰 말했다.

"부임 후 가장 주력한 점은 직원들이 '끼'를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었어요. 대기업에서 조직원들은 튀는 것을 두려워해요. 창조적 조직을 위해서는 자신이 남과 다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창조적인 조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저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만 했습니다(웃음)."

LG생활건강은 처음엔 '딱딱한' 대기업의 조직 문화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했다. "경영은 '성형'같은 겁니다. 뭔가 달라졌는데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뻐진 것처럼, 경영도 조금씩 변화시키며 조직을 성장시키는 일인 것 같아요."


차 사장은 "조직에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리더지만 조직을 끌고 가는 것은 전체 직원"이라며 그간의 성과에 대해 직원들에게 공을 돌리는 겸손함도 잊지 않았다. 올해 시무식에서 차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말도 '자만'을 뜻하는 '휴브리스'였다. 그는 "성공의 저주'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만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새 식구가 될 더페이스샵은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인수 작업을 완료하고, 양 사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을 강화할 계획이다. 더페이스샵의 대표이사직은 차 사장이 겸임하지만, 기존 직원들에 대한 고용승계는 이뤄질 예정이다.

"우리 회사가 더페이스샵을 인수하게 된 것은 소비자의 변화 때문입니다. 소비 패턴이 고가와 저가 시장으로 나뉘고 중가 시장은 위축됐어요. 평소엔 저가 제품을 사고 돈을 아끼더라도 명품 하나쯤 사려고 하는 게 요즘 소비자입니다."

차 사장이 더페이스샵을 특히 높이 산 것은 핵심 상권에 포진해 있는 '입지'였다. "더페이스샵은 '로케이션'이 정말 좋아요. 중저가 브랜드숍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지적이 많지만 앞으로도 성장이 무궁무진할 겁니다. 단, 기존 업체들이 요지를 장악하고 있어 후발업체들의 경우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차 사장은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LG생활건강의 비전에 대해서도 '청사진'을 내놨다. "방문판매 시장을 제외하고 1위 아모레퍼시픽과 2위 LG생활건강의 시장점유율은 25%가 안 됩니다. 외국 브랜드의 비중이 75%에 달하는 시장은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요. 아직 국내 업체들이 할 일이 많다는 얘깁니다."

글로벌 경영의 보폭을 넓히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달리 해외 시장 공략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LG생활건강은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5% 미만이다. "외국 제품보다 훨씬 더 좋은 것, 차별화된 게 있을 때 나갈 것입니다. 무작정 가서는 안돼요. 분명한 것은 더페이스샵이 해외에 진출 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도 '차세대 CEO'라는 세간의 평가가 무색할 만큼 소박하다. "돈 때문에 나쁜 짓 하지 말고 궁색해지지 말기, 자식들이 좋은 부모 밑에서 잘 자랐다는 소리 듣기, 부끄러운 일을 적게 하기가 인생의 세 가지 목표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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