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心野心 엇갈리는 러브콜… 번번이 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0.01.05 17:13
1997년 3월28일 봄날 일이다.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야 경제영수회담을 합시다." 집권여당인 신한국당의 날치기 처리로 벌어진 노동법 파문을 수습하기 위한 제안이었다.

여권의 반응은 이미 나와 있었다. 하루 앞선 27일 청와대는 "정식으로 제의해 오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당과 국회 차원의 여야 경제협력기구 구성 문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관용 신한국당 사무총장도 "여야가 힘을 합쳐 문제를 풀자는 것인 만큼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안보다 반응이 빨랐던 건 물밑교감 때문이었다. 김 총재의 기자회견과 청와대의 공식 수용으로 모양새를 갖추기 전부터 회담의 얼개가 짜 있었다. 나머지는 순서에 따라 발표하고 만나는 '절차'뿐이었다.

그만큼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말도 됐다. 사실 여권도 김대중 총재가 국면전환에 나서리라 보고 분위기를 띄운 측면이 없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는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엮인 '한보 사태'로 골머리를 앓았다. 정쟁으로 멈춘 국회를 정상화하고 여론을 수습하는 게 우선이었다.

나흘 뒤인 4월1일 '딜'은 합의문으로 나왔다. 여야는 청와대 회동에서 한보 문제와 국정을 분리해 정치권을 정상화하고 노동법을 재개정하기로 했다.


10여년이 흘렀다. 정권은 두 번 바뀌었다. '영수회담'은 여전히 이슈다. 하지만 모양새는 다르다. 제안은 끊이지 않는데 성과가 없다. 한쪽이 제안하면 다른 쪽이 곤혹스러워하는 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일 제안한 신년맞이 '러브콜'은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불과 열흘 전 정 대표가 매달린 예산해법용 회담 제안은 청와대가 거부했다.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게 회담 불발의 이유다. 만나봐야 '내가 손해'라는 셈법이다. 정 대표는 이번 제안을 거절하며 "회담이란 상대방이 원할 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 예산 정국에서 '회담'을 거부한 청와대의 속내도 비슷했을 게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담이 문제를 풀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떠넘기는 자리가 돼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책임론이 앞서니 만남조차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한 중진 의원은 "회담 제안이 '너무 쉽게' 오가는 것도 성공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연말에 무산된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담 제안도, 이번에 나온 청와대발 신년회동 제안도 일방통행의 결과였다. 이 의원은 "사실상 정국 해법의 마지막 수단이 사전에 터져나오면 어느 쪽이든 운신의 폭이 좁아들 수밖에 없지 않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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