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DNA로 리딩뱅크 도약"

대담=정희경 부국장대우 금융부장, 정리=정진우기자 | 2010.01.05 07:20

[도약! 2010] 은행장 릴레이 인터뷰(2) 이백순 신한은행장

지난해 10월23일 오전 8시 신한은행 본점 6층 대회의실. 이백순 행장과 모든 임원이 모였다. 이들은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식사·휴식시간을 빼고 총 15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공식 회의 명칭은 '2009년 하반기 경영성과 분석'이었지만 실제 내용은 2010년 경영전략에 맞춰졌다.

이 행장을 비롯해 참석자들은 비장했다. 설전이 오가는 토론이 이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영여건은 나아지고 있어도 2010년에 대한 구상은 제각각이었다. 이 행장은 이 자리에서 "'신한 DNA'를 무기삼아 진정한 리딩뱅크로 도약하자"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행장이 강조한 '신한 DNA'는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고객·영업제일주의,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었다.

우리금융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 등으로 은행권에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2010년, 신한은행은 은행권의 화두인 인수·합병(M&A)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4년 전 이미 조흥은행과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서다. 신한은행은 '외형'보다 '내실'을 정조준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이 2010년을 M&A로 어수선하게 보낼 때 차별화된 리스크 관리와 충성고객 확보 등으로 영업력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경인년 시무식이 열린 4일 이백순 행장은 "M&A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그동안 축적한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진정한 1등 은행을 향해 나가자"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앞서 지난해 12월30일 이 행장을 만나 신한은행의 2010년 전략과 그가 생각하는 '리딩뱅크'에 대해 들어봤다.
ⓒ이명근 기자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지만 신한은행은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창립 이후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라는 경영의 기본을 지키고 있습니다. 덕분에 10여년 전 IMF 외환위기 때도 그랬고, 지난해 금융위기도 잘 이겨냈습니다. 엄밀히 말해 경쟁은행에 비해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선배 경영진처럼 저도 지난해 초 취임 즉시 '신한은행 사업원칙과 기준'을 제정했습니다. 은행 내규 등을 통해 자본관리 등에 대해 확고한 원칙을 세웠고 이 때문에 지난해 위기를 잘 넘긴 것같습니다.

―취임 이후 줄곧 해외영업을 강조하셨습니다.
▶국내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것은 거의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해외영업을 강조했습니다. 국내에서 비효율적인 이전투구보다 넓은 세계로 눈을 돌려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싶었습니다. 현재 신한은행이 국내에서 점한 선도은행으로서 위치를 지키면서 해외에서 역량을 강화해 나가자는 게 핵심입니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출범한 일본 현지법인과 베트남 현지법인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구축할 겁니다.

―지난해 출범한 일본과 베트남 현지법인의 전략을 듣고 싶습니다.
▶일본과 베트남 현지법인의 출발은 일단 성공적입니다. 출범 이후 영업이 잘 된다는 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에서 외화를 조달해 외화유동성 위기가 왔을 때 또는 갑자기 외화가 필요한 곳에 쓸 수 있습니다. 외화자금 자립여건이 생긴 셈이죠. 앞으로 현지화 역량을 확보해 그 나라에서 사랑받는 은행으로 성장할 겁니다. 그 나라에 뿌리내리는 외국계 은행의 표본을 만들 계획입니다.

―2010년 은행권의 화두는 무엇일까요.
▶올해 은행권에선 M&A가 단연 화두가 될 겁니다. 얼마전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지분 일부를 처분하면서 금융위기로 한동안 잠잠하던 금융권 재편 논의가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우리은행과 산업은행 민영화, 외환은행 매각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해가 될 겁니다. 그 결과로 기존 은행권 경쟁구도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올해는 리딩뱅크를 놓고 은행간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입니다.
ⓒ이명근 기자

―신한은행은 M&A에 대비한 전략이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신한은행은 M&A에 관심이 없습니다. 이미 2006년 조흥은행과 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웠습니다. 우리는 남들이 외형에 신경쓸 때 내실을 다질 겁니다. 다른 은행들이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는 등 혼란한 틈을 타 오히려 안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요즘 부쩍 "다른 은행들은 짝짓기에 나서고 있는데 신한은행은 외형에 대한 부담이 없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데 전혀 걱정이 없습니다. 시장에서 나오는 말처럼 국민·우리·하나은행이 M&A를 통해 덩치를 키운다면 당장 규모에선 밀리겠죠. 하지만 이들 은행은 통합 과정에서 상당기간 혼란을 겪을 겁니다. 객관적인 규모에선 뒤지지만 국내시장의 분위기를 놓고 보면 오히려 신한은행에는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규제 강화도 올해 은행권의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내외 금융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각종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충격을 완화하고 새로운 금융환경에 빠르게 적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유동성 리스크관리 기준에 맞는 전략과 비상조달 계획 수립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갈 계획입니다.

―한국에서 '리딩뱅크'란 무엇일까요.
▶흔히 은행들의 덩치가 리딩뱅크의 기준으로 언급됩니다. 그런데 어느 한 부문만 놓고 리딩뱅크라고 하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 자산, 자본, 직원역량, 글로벌 능력 등 모든 조건을 놓고 봐야 합니다. 어느 한쪽만 보면 국내 은행들은 어느 한 부문에선 분명 리딩뱅크가 됩니다. 굳이 구체적인 기준을 꼽는다면 자기자본과 시가총액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만큼 경영의 기본에 충실했느냐의 척도가 되겠죠. 아울러 시장에서 그 은행이 얼마나 인정받고 있느냐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시장이 인정하는 은행이 진정한 리딩뱅크입니다.

―요즘 은행 지배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신한은행은 엄한 어른(라응찬 회장, 신상훈 사장)들이 계신 금융지주 밑에 있어 경영진이 한눈 팔지 않고 일에 몰두할 수 있습니다. 또 상당 지분을 보유한 우호주주가 있고, 이들이 경영진을 전적으로 믿고 모든 걸 맡기기 때문에 지배구조가 안정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 전체가 신년 경영기획을 비롯해 새로운 M&A, 전략적인 문제, 계열사간 시너지 등을 체계적으로 논의하고 있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명근 기자
―(신한은행의) 경영진은 토론을 자주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모든 임원과 주요 부서장이 매주 정기적으로 모여 토론을 벌이면서 중요 정보를 신속히 공유합니다. 위기상황 에서도 혼란 없이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죠. 창립 이래 흔들림 없는 강한 기업문화가 생긴 것도 그렇고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손실을 최소화한 것도 경영진의 토론이 큰 원동력이 됐습니다. 금융위기가 찾아온 지난해엔 특히 자본을 선제적으로 확충하는 등 자본 관리를 철저히 했고, 여신에 대한 지속적이면서 철저한 사전 모니터링이 가능했습니다. 앞서 외환위기 때 얻은 교훈을 잊지 않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위기에 철저히 대비했습니다.

―최근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구조 개선작업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지난해말 2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했습니다. 조흥은행과 통합 후 3번째 인력구조조정입니다. 조직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입니다. 희망퇴직 이후 역량 있는 상당수 직원이 관리전담계약직군으로 재취업하고 있습니다. 주로 감사나 관리업무를 맡는 계약직 형태의 재고용인데 반응이 좋습니다. 퇴직 직원들은 안정적으로 사회적응을 할 수 있게 됐고 은행으로서도 적은 비용으로 고급인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죠.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이 제도를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신한은행의 조직문화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신한은행 직원들에게는 '신한 DNA'라는 게 있습니다. 조직에 대한 로열티(Loyalty), 고객·영업제일주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 등이 그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신한은행의 강점인 확고한 주인정신과 팀워크를 만들어 왔습니다. 직원들이 오너십을 갖고 업무에 임하기 때문에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성장하며 선도은행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인정신은 단지 책임 있는 업무수행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스스로의 열정을 바탕으로 타인의 열정까지 이끌 수 있는 힘을 말합니다. 신한에는 특유의 팀워크가 살아 있습니다. 여러 은행 출신 직원이 모여 있지만 감성통합을 통해 흔들림 없이 응집력을 발휘하는 팀워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2010년 영업전략이 궁금합니다.
▶2008년말 터진 금융위기로 지난해 상반기 순익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하반기부터 나아졌습니다. 올해는 순익 1조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열심히 뛸 생각입니다. 신한은행은 어떠한 금융환경의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가면서 핵심 고객에게 집중할 계획입니다. 건전성 강화와 수익구조의 안정화 그리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장기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겁니다. 신성장동력 발굴 측면에서 기업금융(CB)과 투자금융(IB)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두 영역간 유기적인 협업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또 본격화되는 퇴직연금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현재 국가적 사업인 '녹색금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 합니다. 올해 이런 계획들을 이뤄 리딩뱅크로 우뚝 서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단독]구로구 병원서 건강검진 받던 40대 남성 의식불명
  2. 2 박지윤, 상간소송 와중에 '공구'는 계속…"치가 떨린다" 다음 날
  3. 3 중국 주긴 아깝다…"통일을 왜 해, 세금 더 내기 싫다"던 20대의 시선
  4. 4 [단독] 4대 과기원 학생연구원·포닥 300여명 일자리 증발
  5. 5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쯔양 복귀…루머엔 법적대응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