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생존 레이스' 스타트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정진우 기자, 도병욱 기자 | 2010.01.04 06:31

[도약 2010] 은행권 지각변동 오나(하)

- 은행 빅4 "종착지는 리딩뱅크"
- 산업·기업·농협 "수신 확대"
- 외국계·지방은행 "앞으로"

은행권의 지각변동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짝짓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업전략 차별화를 통한 점유율 변화도 은행권 재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경인년은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서 안정국면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이 될 수 있어 중요한 시기다. 이중침체(더블딥) 우려가 남아 있으나 지나치게 보수적인 전략으로 일관하면 은행간 경쟁에서 후발주자로 밀릴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은행별로 처한 여건이 제각각이어서 차별화 경쟁도 한층 치열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은 상업은행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고, 외국계 및 지방은행들은 지난 연말부터 돋보이는 상품을 출시하며 경쟁을 예고했다. 과거처럼 동일한 출발선에서 같은 전략으로 승부하던 시기는 막을 내리고 있다.

◇국민은행, "부동의 1위 재건"=은행권의 맏형격인 국민은행은 KB금융 회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사외이사제도 문제가 잠재적인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정원 행장은 지난 연말 KB금융 회장 내정자 신분을 스스로 반납했다. 그는 "주어진 기간에 은행장 직이나 회장 직무대행자로서 소임은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기 회장 선임 때 경영진이 개편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자칫 인사문제가 적극적인 경영전략을 억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단적인 예로 리딩뱅크 도약을 위해 추진한 외환은행 인수 등 의사결정이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여건에서도 국민은행은 올해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개선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덩치 확대가 아닌 '체질' 개선 차원이다. 실제 국민은행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자마진(MIN)은 2.20%로 신한은행(3.05%) 등 경쟁 은행에 뒤졌다. 순익 1위 자리도 우리은행(3분기 누적 7498억원)에 내줬다. 국민은행의 누적 순익(6180억원)은 "카드부문을 제외하면 신한은행(5646억원)에 밀리는 3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력사업인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지나치게 의존한 탓에 수익성 지표가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올해는 다양한 수익원 개발을 통해 확고부동한 1위 은행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기지개"=우리은행은 한때 발목을 잡은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해외 파생상품 투자손실에서 벗어났다.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 겸 은행장(전 KB금융 회장) 징계 파문도 일단락됐다.

올해는 다른 어느 은행보다 영업 강화에 힘을 기울일 기세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로 꼽히는 소매영업(리테일) 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을 세워놓았다. 카드와 저원가성 예금, 퇴직연금 등 소매금융을 강화하면서 기관고객과 기업영업 등 우리은행의 기존 강점을 더해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숙원인 민영화까지 성공하면 새로운 도약기반이 마련된다. 금융계가 우리은행의 영업기반 확대와 시장 지배력이 높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배경이다.

물론 넘어야 할 숙제는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 부담이 은행권에서 가장 크다. 지난해 마무리하지 못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기업대출 1위 우리은행에 적잖은 타격도 예상된다. 지난 연말 불거진 금호그룹 사태에서 우리은행은 산업은행 다음으로 충당금을 많이 쌓게 됐다.

이런 점을 감안해 우리은행은 영업을 강화하면서도 리스크 관리에 소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종휘 행장은 올해 자산성장률 목표를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7%로 설정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수익성 1위 목표=신한은행은 올해 진정한 리딩뱅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외형이 아닌 수익성과 건전성 측면에서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수익구조를 안정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건전성 관리에 힘써 장기성장을 위한 기초체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제까지는 외형확대가 은행권 경쟁의 기본이었다면 앞으로는 실물경제 회복과 산업성장에 맞춘 내실 있는 발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신한은행은 녹색금융을 비롯한 대형 장기 국책사업에서 주도적인 투자은행(IB) 역할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지원하는 '그린뱅크'(Green Bank) 구현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또한 글로벌 전략에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국내시장도 중요하지만 성장한계를 극복하려면 해외지역 개척이 필요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잠재 부실여신을 사전 관리하고 기업 구조조정 등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며 "'클린뱅크'로 빅4 경쟁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는 게 1차 목표"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영업 본격화=하나은행에 지난해는 '악몽'과 같은 시기였다. 통화옵션 '키코'(KIKO)상품 거래로 발생한 타격이 컸다. 은행 선두경쟁에선 뒤처지고, 기업은행에 4위 자리까지 위협받기도 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하나은행의 누적순익은 760억원에 불과했고, NIM도 1.13%로 내려갔다.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각각 0.07%, 1.13%로 급락했다.

하나은행은 돌파구를 카드부문에서 찾았다. 하나카드를 분사한 뒤 지난해 12월 통신시장의 '공룡' SK텔레콤과 전략적 제휴에 성공했다. 이는 유례없는 '금융+통신' 결합모델로 적잖은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도약판을 마련한 하나은행은 올해 거래고객을 예전 870만명에서 1000만명 규모로 키우고 하나카드와 교차판매 등 시너지 극대화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또다른 성장전략으로는 해외진출이 꼽힌다. 그간 공을 많이 들인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이 지난해 7월부터 이익을 올리기 시작했다. 성공적인 현지화를 위해 추가로 중견은행을 M&A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올해는 중국 공략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동북3성과 산둥지역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안착에 성공한 상태다. 중국 현지법인인 중국유한공사에는 현재 13개 분행과 지행을 두었고, 지린은행에도 지분을 투자했다.

◇산업·기업·농협, 시장쟁탈전=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의 올해 '키워드'는 단연 수신기반 확대다. 그간 국책은행이란 후광을 업고 손쉽게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민영화가 되면 더이상 정부 지원에 기댈 수 없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0월 '프리미어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예·적금상품 개발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산업은행은 프라이빗뱅킹(Private Banking) 중심의 개인금융 확대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효율적인 자산관리와 NIM을 개선하고 성과평가와 보상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론 시중은행 M&A를 통해 취약한 수신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외환은행 등을 염두에 두고 있어 올해 은행권 지각변동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기업은행도 올해 개인금융 확대에 전력을 쏟을 예정이다. '멍석'은 이미 깔렸다. 지난달 29일 기획재정부가 선정한 '경영자율권 확대 시범기관' 4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이로써 인력확충을 포함해 다양한 경영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국책은행이란 신분 탓에 제약을 받던 부분이 풀리면서 시중은행과 경쟁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기업은행이 올해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것은 취약한 개인대출을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상당한 잠재력을 지닌 농협도 올해 은행권 판도변화에 적잖은 변수다. 농협은 일단 사업구조 개편(신경분리)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나 물밑 영업력 강화에도 적잖은 무게를 두고 있다. 은행으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농협은 시장 안착까지 걸리는 시기를 최대한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외국계·지방은행 "약진"=외국계 은행의 약진도 올해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내실경영을 내세워 점포수를 줄일 때 외국계 은행만은 공격적인 영업기조를 유지했다. 지난해 영업점을 40개 늘린 SC제일은행은 올해도 50개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2년 동안 1억달러를 투자해 6개월마다 25개씩 확대한다는 장기전략도 세웠다.

한국씨티은행도 공격영업을 예고했다. 지난해 11월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지점을 통합하고 관련 본부 조직도 합쳤다. 한국적 영업 환경에 유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지점망이 많지 않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에서다. 다만 현지화 전략 성공, 소매금융에 치중한 포트폴리오 개선 등 외국계가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부산·대구·경남·광주·전북은행 등 지방은행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NIM이 1%대로 급락할 때도 지방은행은 3%대를 유지했다. 덩치는 몰라도 '수익성'만큼은 시중은행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부산은행은 지난해 12월 증권 자회사를 출범해 지방은행 최초로 증권업에 진출했고, 대구은행도 지난해말 대대적인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올해 '영업대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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