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회장 후임 안개속… 강정원 사퇴 왜?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권화순 기자 | 2009.12.31 18:43

금감원 고강도 사전검사 후 회장직 사퇴로 관치금융 논란도

차기 회장에 내정된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임시 주주총회를 불과 1주일 남기고 사퇴하면서 후임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리딩뱅크'인 KB금융의 향후 경영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퇴는 금융감독원의 고강도 사전검사 뒤에 나온 터라 관치금융 논란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과의 긴장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왜 돌연 사퇴했나=강 행장이 회장직을 사퇴한 이유는 회장 선임 과정에서 각종 파열음이 난데다 금융당국의 고강도 검사로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란 추측이 나온다.

KB금융 회장 선출 과정에서 면접을 하루 앞두고 2명의 회장 후보가 중도에 사퇴했다. 이들은 선임 과정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들었고, 당국은 강 행장 역시 사퇴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강 행장은 단독으로 면접에 참여했다. 이후 금감원은 KB금융에 대해 고강도 사전검사를 실시했다. 임직원 컴퓨터를 가져가고, 이사회 녹취록 등을 조사하는 등 고강도로 진행됐다. 이에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강 행장이 사퇴를 결심했을 것이란 얘기다.

강 행장도 이날 이사회가 끝난 후 "아시아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키워보겠다는 순수한 일념으로 면접에 응했으며 회장 공백기를 최소화하려고 했다"면서 "절차가 불공정했다는 비판 여론이 있어 더 이상 회장 선임 절차에 참여하는 것은 주주와 고객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행장 임기 채울까= KB금융 이사회는 조만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해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차기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는 강 행장이 종전대로 회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강 행장도 "주어진 기간 동안 국민은행장 및 회장 직무대행자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 행장은 오는 10월말 임기를 마친다.

하지만 금융계 일각에선 강 행장이 적절한 시점에 행장 직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 당국이 고강도 조사를 하는 등 강 행장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강 행장이 뒷마무리를 한 뒤 이후엔 자연스럽게 행장직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안개 속에 빠진 지배구조= 강 행장의 사퇴로 KB금융의 경영구도도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회장직은 지난 9월 말 황 전 회장이 자진 사퇴한 후 3개월 동안 공석이었다. 차기 회장을 새로 뽑기 위해선 최소 2개월이 걸린다.

이에 따라 내년 KB금융의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인수·합병(M&A) 등 전략적인 업무를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외환은행 등 은행 M&A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KB금융은 외환은행 등 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이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 '실탄'을 마련해 놓은 상황이다. 아울러 증권사와 생명보험 인수 역시 여의치 않을 수 있다.

회장 인선 파문으로 임직원들의 동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통산 연말에 임직원 인사를 단행하는데 이번에는 회장 선임 파행 사태로 시기를 놓쳤다.

관치논란 =올 하반기부터 KB금융에 몰아닥친 폭풍은 예사롭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당국 개입설이 불거졌다. 지난 9월 황 전 회장이 자진사퇴할 때도 관치 논란이 일었다. 황 전 회장은 당국의 중징계가 부당하다며 지난 17일 '제재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이어 지난 10월부터 진행된 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파열음이 났다. 면접을 하루 앞두고 2명의 회장 후보가 중도 사퇴했다. 선임 과정의 불공정성을 이유로 들었지만 일각에선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국은 회장 선임의 '속도조절'을 바랐지만, 강 행장과 사외이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절차를 강행했다. 이후 우연하게도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KB금융에 대한 금감원의 사전검사가 실시됐다. 다음 달 예정된 종합검사를 위한 예정된 작업이었지만 고강도로 진행됐다. 며칠 뒤 강 행장은 회장에 내정된 지 한 달 여 만에 낙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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