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내실다져 지속성장… '래프팅경영'

대담=정희경 부국장대우 금융부장, 정리=반준환·도병욱 기자 | 2010.01.01 11:19

은행장 신년 릴레이 인터뷰(1) 이종휘 우리은행장

"불투명한 경기전망, 래프팅경영으로 돌파하겠다." 2010년은 은행장들에게 무척 어려운 시기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진정되고 있지만 한편으론 부실기업 증가와 국내외 경기침체(더블딥) 가능성 등 남아있는 불씨가 적잖은 탓이다. 경제전망 역시 낙관론과 비관론이 함께 나오는 등 방향성을 정하기 어렵다. 경기회복을 염두에 둔 성장전략을 짜면서도 위기 재발 대응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에선 우리금융 민영화, 외환은행 매각, 통신과 금융의 결합 등 금융권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굵직굵직한 이슈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에는 이슈가 많다. 우리금융의 조기 민영화에 대비하는 한편 각종 기업 구조조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을 만나 신년계획을 들어봤다.
/ 사진= 유동일 기자


―새해경제는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경제위기 후 회복속도는 빠른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에선 더블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출구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경제 전반에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변화에 즉각 대응하는 '래프팅식 경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거친 물살처럼 급변하는 상황에 배가 뒤집어지지 않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팀원들의 노력을 결집하도록 해야 하지요. 기업들이 상시대비체제를 운영하는 것처럼 은행들도 유연한 대응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금융그룹의 조기 민영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민영화 추진 속도가 늦었던 게 사실입니다.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의 시각이 우호적인 것같습니다. 지금보다 좀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올해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대외인식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민영화 시기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빠른 시기에 진척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영화와 관련해 포스코 등 거래기업과 자사주 취득 제휴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KT, 포스코 등 기업들과 구체적으로 협의한 건 없지만 여러 논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주거래기업인 포스코와는 인연이 깊습니다.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 때부터 거래해왔고 포스코가 처음으로 공장을 지을 때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포스코가 거래하는 은행 중 우리은행의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거꾸로 포스코는 외환위기로 우리은행이 어려움을 겪을 때 무배당 증자 결정으로 지원을 했습니다. (우리은행은 포스코 경영권 분쟁에서 백기사로 나서기도 했다.)

―새해 인수·합병(M&A)을 통한 은행권의 지각변동이 예상됩니다.
▶외환은행 매각 등 업계 판도를 바꿀 만한 M&A 이슈가 많습니다. 얼마전 진동수 금융위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우리금융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에서 M&A를 통한 민영화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압니다.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우리금융과 손을 잡는 곳이 나타난다면 금융계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우리은행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우리은행의 경우 고객기반이 탄탄한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 '충성도' 높은 기업고객이 많고 서울시, 철도공사 등 공공부문의 경쟁력도 뛰어납니다. 소매금융(리테일)과 투자은행 역량도 충분합니다. 어느 곳이든 우리금융과 손을 잡는다면 국내 1위가 될 것입니다.

―새해 경영여건은 어떻습니까.
▶전체적으로 상황이 좋아져서 은행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봅니다. 다만 기업들의 여건이 좋지 못하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한계기업들의 체력이 관건입니다. 정부가 중소기업 등의 보증비율을 낮추려 하고 있습니다.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려운 기업이 생기면 은행에도 여파가 미칩니다. 우리은행은 2005년 5000억원 정도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는데, 지난해는 1조7000억원가량 부담이 생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은행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될 것으로 보시나요.
▶올해 은행권 이자수익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락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으나 지난해보다는 개선될 전망입니다. 2008년말 CD금리 급락으로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연속해서 NIM이 하락했으나 3분기 이후에는 상승추세로 전환했습니다. 올해도 NIM 상승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봅니다.

/사진= 유동일 기자
―새해 우리은행의 전략은 무엇입니까.
▶우리은행에 2010년은 '내실성장을 통한 새로운 도약의 해'가 될 것입니다. 부문별 사업포트폴리오의 균형성장을 통해 은행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고객 행복을 위해서는 접점에 있는 영업점 직원들이 우선 만족감을 느껴야 한다고 봅니다. 올해 자산성장률 목표를 7%로 잡았습니다.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만 더한 수준인데, 예년보다 보수적으로 운영한다는 취지입니다.


―비이자수익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비이자수익과 관련해 핵심영업 부문은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비이자수익은 수년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해왔으나 지난해는 글로벌 경제위기 탓에 정체됐던 게 사실입니다. 올해는 펀드, 방카쉬랑스, 외환, 퇴직연금 등 핵심영업부문 증대를 통해 원화·외화수수료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유가증권 투자와 외환·파생부문은 리스크관리를 우선하되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생각입니다.

―건설, 조선·해운, 중소기업 등 구조조정 계획은 어떤가요.
▶기업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구조조정은 항상 실행돼야 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옥석을 가려 한계기업은 과감히 퇴출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봅니다. 우리은행 자체적으로는 단계·규모별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선제적인 대응체계를 운용 중입니다. 금융계에서 처음으로 전담부서를 신설했고 기업 상황에 맞춘 단계별 시스템과 상시평가체계도 만들어놨습니다. 건설업종의 경우 특성에 맞는 단계별 프로그램 실행으로 금융기관에서 가장 먼저 기업개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지요. 우리은행이 주관하는 구조조정 4개 업체는 신규수주, 자구계획 이행 등으로 정상화 속도가 빠릅니다. 중소기업에서는 워크아웃 업체별 특성에 맞는 구조조정 차별화 전략을 실행 중입니다. 올해는 수시평가체계도 강화할 생각입니다.

―은행권에서 카드사업 분사와 통신 제휴가 이슈입니다만.
▶하나은행이 카드사업을 분사하고, SK텔레콤과 제휴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우리는 카드사업을 분사할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경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여러 측면의 검토가 선행돼야 합니다. 우리은행이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과 관련해서 KT가 매각의향을 타진해왔는데 이 역시 결정을 보류하고 있습니다. 다만 통신과 금융이 융합하면 여러 효과가 있을 걸로 봅니다. 카드와 휴대폰이 통합플랫폼을 만드는 트렌드에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영향은 어떤가요.
▶예대율 규제의 임팩트가 가장 큽니다. 은행들은 그간 자산운용을 먼저 정하고 이후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운용해왔습니다. 예대율 규제가 도입되면 전체 자금운용 방식이 변하게 됩니다. 수신조달 범위에서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확보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올해는 각 은행이 수신역량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우리은행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영업점과 직원 평가기준에 예금수신 항목을 추가했습니다. 특히 연기금, 기업예금 등 거액보다는 꾸준히 유지되는 소액예금 유치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물론 예금금리 경쟁은 지양할 것입니다.

―해외 진출 계획은.
▶우선 아시아지역을 보고 있습니다. 인도 첸나이에 사무소가 있으며 현지법인 인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지점을 1~2곳 더 낼 생각입니다. 이밖에 브라질 상파울루, 중국 현지법인 확대도 검토 중입니다. 다만 해외 진출은 속도를 조절할 생각입니다. 특히 현지화 영업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미국과 러시아 영업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경제위기를 맞아 '정도경영'을 제시하셨는데요.
▶경제위기로 은행들이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역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to the basics)는 점입니다. 과거처럼 단기에 급격한 외형을 키우는 등 성장에 초점을 맞춘 영업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우리은행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허수영업, 편법영업 등 불건전관행을 없애는데 주안점을 뒀고 직원들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힘썼습니다. 이 결과 영업현장에서 이제 정도영업이 정착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은행도 목표달성 위주에서 고객이익 관점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내부 의사소통 활성화에도 상당히 노력한 것으로 압니다.
▶다양한 소통공간을 통해 상하간 자유로운 의견개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매월 '은행장과 함께' 시간을 만들어 현장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사내 인터넷 은행장 코너에 '통통(通通)광장'을 마련하고 제가 직접 직원들과 대화합니다. 이런 통(通)문화는 이제 우리은행의 기업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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