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르포]UAE 루와이스를 가다

루와이스(UAE)=장시복 기자 | 2010.01.04 07:26

풍부한 자원 '축복의 땅', 한국건설 '기회의 땅'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시내에서 실라(sila) 고속도로를 따라 황량한 사막 지역을 시속 120㎞로 2시간여를 달리니 거대한 공단이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건설업체 알자버의 표지판 옆에 낯익은 GS, 삼성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곳은 바로 '축복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루와이스였다. 하루 생산량 42만 배럴 규모의 정유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공사 현장으로 들어가는 게이트에는 단단하게 보이는 네팔 출신 용병들이 일일이 검문·검색을 벌이며 카메라 소지 여부를 확인했다. 기자도 입국 과정에서 '아이 스캐닝'까지 거친 뒤 신청 3일 만에야 출입증(Security Pass)을 얻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마치 중동 사막 한 가운데 비밀 군사시설에 들어선 느낌이 들 정도로 삼엄하게 산업보안을 지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GS건설·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업체들의 플랜트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직항 비행기로 10시간 가까이 걸리는 이 외딴 오지에서 올해 한국 업체가 석유화학단지 5개 패키지 공사를 싹슬이 해 총 100억 달러 가량을 수주하며 '사막의 돌풍'을 일으키자 현지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GS건설 심해진 현장관리부장은 "루와이스 공단의 주요 발주처인 타크리어(TAKREER)는 세계에서 가장 관리가 철저하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발주처인데 한국 업체들이 국내·외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쌓은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기존 유럽업체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데다 공사 일정을 빠르게 잘 맞춰 발주처가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국 업체들에게 루와이스가 어느새 축복의 땅이 된 셈이다.

내년에도 아부다비에서만 총 130억 달러 규모의 '샤 가스'와 50억 달러 규모의 '보르주 3기' 프로젝트 등 최소 200억 달러의 발주가 줄줄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다. 각 건설사·엔지니어링사들의 플랜트 영업담당자들은 한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 등 활발한 정보 교류와 함께 물밑에서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현대건설 이해주 아부다비 지사장은 "국내에선 '두바이 쇼크'로 인한 영향을 우려하지만 석유가 풍부한 아부다비는 거의 상관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사업 진행이 되고 있다"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향후 수년 동안은 프로젝트 발주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플랜트 분야 뿐 아니라 아부다비의 대표적 개발지역인 '림(Reem) 아일랜드'를 비롯해 물류와 주거 기능을 담당하는 신도시인 '무사파'와 '칼리파'가 각각 조성되는 등 '아부다비 2030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어서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UAE에 진출한 35개 국내 업체 가운데 26개 업체가 아부다비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2008년 이후 진출업체 수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아부다비 방문과 한국 컨소시엄의 세계 최대 규모 원전 수주는 '아부다비 영토 확장'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현지에선 내다보고 있다. 경남기업의 이승환 아부다비 지사장은 "이 대통령 방문 이후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며 "원전 수주로 아부다비에 진출해 있는 다른 업체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방문 기간 중 플랜트 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의 유세프 사장을 만나 "유전개발, 석유화학 플랜트 등 UAE내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우리 기업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배려를 해달라"고 당부했고이에 유세프 사장은 "한국 기업의 우수성은 익히 알고 있다"며 "에너지, 플랜트 분야를 비롯하여 양국 간 호혜적인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현지의 한 업체 관계자는 "이곳 발주처들은 한번 신뢰를 가지면 계속 이어가는 경향이 있어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며 일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현지에서 성실성과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 업체들의 선전은 계속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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