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K맨파워 김동규대표 "장애인포털로 키우겠다"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 2010.01.04 11:36

중증장애인과 '포옹'한 따뜻한 남자

"평생 제 손으로 돈 한 번 못 벌 줄 알았는데‥"

하얀 봉투를 받아든 이종민(가명)씨의 손이 가볍게 떨렸다. 한 해 동안 우수한 실적을 보인 사원을 격려하는 자리. 몸을 가누기도 힘든 이씨가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지만 목이 메어 끝을 맺지 못했다.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제 힘으로 먹고 살 기회마저 포기하고 살았다는 그는 봉투를 가슴팍에 꼭 끌어안았다.

이런 이씨의 손을 맞잡으며 눈시울을 붉힌 이가 있었다. 장애인도, 그의 가족도 아니었다. 7년 넘게 중증장애인과 함께 '코리아잡'을 운영 중인 김동규 EK맨파워 대표다.

김 대표는 2001년 취업정보사이트 '코리아잡'을 인수, 운영해오다 2002년부터 중증장애인 30명을 고용해 장애인 취업정보 제공에 나섰다. 사이트를 수익사업이 아닌 사회공헌 사업으로 정착시킨 셈이다.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에서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나 장애인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때문에 김 대표는 인력아웃소싱업체 EK맨파워, 콜센터컨설팅업체 터치링크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업체 클루엠 등 6개 계열사를 경영하는 CEO인 동시에 중증장애인의 삶을 고민하는 '따뜻한 남자'로 통한다.


김 대표도 처음부터 중증장애인과 함께 일할 생각을 한 건 아니다. 가족, 지인 중 장애인은 한 명도 없다. 김 대표는 1987년 뇌종양 수술을 받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거의 죽다 살아난 후에 뭔가 남기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봤다"며 "기업들이 정부가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준수하지 않고 부담금만 납입하는 관행을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생각을 곧 실천에 옮겼다.

김 대표는 직접 중증장애인을 고용해 재택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장애인들은 하루 6시간 정도 집에서 컴퓨터로 배너 디자인, 사이트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김 대표의 배려로 파워블로거가 되는 등 온라인 세상에서 나래를 폈다.

김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새해부터 이들을 주축으로 장애인 메타블로그 '포옹'을 개통하기로 한 것. '포옹'을 중증장애인의 소통창구에서부터 취업, 생활정보 전반을 제공하는 포털사이트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가 대단하다.

김 대표는 "경제활동을 통해 창출한 이윤을 사회적 약자와 나눠야 한다는 철학을 공유하는 머니투데이와 손잡고 새해 첫날 '포옹'을 개통했다"며 "중증장애인 30명에서 출발한 도전이 국내 장애인 모두가 자유롭게 놀고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공간을 만드는 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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