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유동성 겉보기와 다르다

더벨 황철 기자 | 2009.12.29 10:05

[대우건설 인수여력 있나-②] 유전스 방식 바꿔 현금흐름 개선

더벨|이 기사는 12월28일(14:2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현금성 자산 1조1390억원, 영업활동현금흐름(NCF) 1조1473억원, 잉여현금흐름(FCF) 4175억원'

3분기 말 동국제강의 주요 유동성 지표다. 표면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이 우량한 기업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동성의 질적인 면을 따져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매출액 급감, 영업 적자 전환, 과다 차입금에 따른 이자비용 증가' 등 실제 현금창출력은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진모습이다.

이 같은 지표와 해석의 차이는 동국제강의 사업·재무 전략의 변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쉬퍼스 유전스로 전환,매입채무 급증

동국제강은 연초부터 재고자산을 감축하고 매입채무를 크게 늘리는 작업을 진행했다.이를 통해 운전자본 부담(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을 줄였고,현금흐름을 원활히 하는 이중효과를 누렸다.

동국제강은 우선 유전스(Usance) 방식을 바꿔 제표상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시작했다. 뱅커스 유전스(Banker's Usance)를 쉬퍼스 유전스(Shiper's Usance)로 전환해 매입채무를 늘렸다.

쉬퍼스 유전스는 원재료 수입 과정에서 수출업체에 일정 기간 대금결제를 유예받는 것이다. 은행이 신용을 제공하는 뱅커스 유전스처럼 단기차입금으로 잡히지는 않지만 일종의 부채이기 때문에 결제 부담이 상존한다. 당연히 부채비율에는 큰 변화가 없다.

유예기간이 통상 60~90일로 짧고 현금 결제가 원칙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외부조달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점도 부담스럽다. 동국제강의 총차입 규모가 뱅커스 유전스(단기차입금) 감소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던 이유다.

실제로 9월말 동국제강의 매입채무는 1조1788억원으로 지난해 말 5943억원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총차입금은 2조3938억원(08년 말)에서 2조1347억원(9월말)으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물론 쉬퍼스 유산스를 활용하면결제 유예 기간 동안 현금을 비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분기·반기·연간 결산일 탄력적으로 보유 현금규모를 조절하는 것도가능하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현재 1조원대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유동성 거품으로 인식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3개월 이내 현금결제 의무를 가진 매입채무가 많다는 것은 단기간 자금 유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의 지표상 풍부한 보유현금만으로 가용 자금이 충분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한편 동국제강은 올해 재고자산을 줄이는 작업을 병행해 운전자본 감축 효과를 배가했다. 9월말 동국제강 재고자산은 6597억원으로 지난해말(1조3544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1조4106억원에 달하던 운전자본 부담은 1298억원으로 10분의 1 이하로 급감했다. 운전자본 감소는 현금흐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적자 전환에도 유동성 지표를 개선하는 긍정적 효과를 이끌었다.

동국제강의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1조1423억원(9월말)으로 지난해(3050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이중 매입채무·재고자산 등을 가감한 '운전자본투자로 인한 현금유입분'은 1조1343억원에 달하고 있다.

운전자본 급격한 감소, '화(禍)' 될 수도

하지만 동국제강의 지표상 과잉 유동성을 실제 재무여력을 대변한다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쉬퍼스 유전스를 통한 매입채무 증가는단기적으로 유동성 경색의 원인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재고자산의 급격한 감소 역시 향후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다. 매출 감소와 함께 재고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 수준의 변화량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적정 재고량을 맞추기 위해 언제든 현금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같은 맥락이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매출액 대비 적정 재고량을 가늠하기는 힘들지만 일년도 채 안돼절반 이하로 재고자산이 줄었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운전자본을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재고를 뺀 것이라면 향후 추가 지출이 필요할 것이며, 현 수준이 적정하다 해도 과잉 재고를 쌓아 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쉬퍼스 유산스에 의존한 매입채무 증가는 단기 결제 부담을 늘려 오히려 유동성 우려를 키운다"며 "특히 영업현금창출력이 떨어지고 차입 부담이 커지고 있어 현재로서는 재무상태를 긍정적으로 볼 만한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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