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0명 찾은 미소금융, 2150명은 '울상'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 2009.12.30 09:42

상담인력 부족하고 부적격자 쇄도 '병목현상'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설립한 미소금융재단에 서민들이 몰리고 있으나 실제 혜택을 보는 이들은 아직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상담인력이 부족한 데다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이들도 재단을 찾는 탓이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미소금융 신청자가 크게 늘었으나 정작 지원이 절실한 이들이 상담을 받지 못하는 '병목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과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최근 회의를 열고 인터넷 등을 통해 1차적으로 자격을 가리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해 미소금융 신청자 폭주에 따른 효율적인 상담대책을 논의했다.

미소금융이 출범한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각 재단을 방문한 사람은 모두 3600명. 이중 1450명만 대출신청을 끝냈고, 나머지는 대출신청서를 작성하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우리은행 미소금융재단의 경우 출범(17일) 이후 이날까지 방문자가 1090명에 달했으나 개인신용정보 확인 등 1차 상담을 마친 이는 176명에 그쳤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신용정보 확인 비율이 20%를 밑돌았다. 상담인력이 부족하고, 대출자격 등에 대한 홍보가 충분하지 않은 게 이유로 지적됐다.

미소금융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대출을 타진하는 등 취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며 "방문 고객은 많지만 실제 상담을 받는 고객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상담고객 대다수가 대출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를 감안하면 전체 방문고객 대비 대출비율은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채무총액이 1000만원 이상이고,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50%를 웃돌면 미소금융 대출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개인신용평가(크레디트뷰로) 등급이 7등급 이하여야 하고, 무등록사업자 대출대상 외에는 사업등록증이 있어야 한다.

미소금융의 수도권 집중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대전의 국민은행 미소금융재단을 제외하면 대부분 재단이 수도권에 자리잡아 지방고객들의 불편이 큰 편이다. 반면 서울에산 중복점포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미소금융재단은 각각 서울 을지로와 종로구에 인접해 있다. 우리은행 재단에는 신청자가 넘치지만 출범이 늦은 하나은행 재단에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50명에 그치고 있다.

기업의 미소금융 담당자는 "기존 전화상담원으로 부족해 계속 상담원을 늘리고 있다"며 "지방에서 직접 올라왔다가 대출대상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종종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방문 고객 가운데 20% 가량이 실질적인 상담을 받는다"며 "나머지는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데 자격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방문하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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