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진정성으로 UAE 지도층 사로잡아

아부다비(UAE)=송기용 기자 | 2009.12.27 19:15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건설 프로젝트는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원전 강국이 총출동한 월드컵이었다. 원전 4기 건설에 총 400억 달러(약 47조원)라는 천문학적인 수주 규모도 그렇지만 중동지역 최초의 원전 발주라는 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터키 카타르 등으로 이어지는 막대한 시장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전 컨소시엄과 프랑스 아레바(Areva), 그리고 미국 GE-일본 히타치 컨소시엄 등 3파전으로 좁혀졌고, 막판에는 한국과 프랑스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특히 세계 원전 시장의 24%를 차지하는 프랑스의 기세가 무서웠다. 원전 수출 경험이 전무한 한국과 비교할 때 표준형 원전을 보유하고, 최근 수주 실적도 가장 많은 프랑스로 UAE측이 사실상 기울어졌다는 소식이 흘러 나왔다.

특히 프랑스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지난 5월 아부다비를 직접 방문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였다. 게다가 UAE는 독립 직후부터 프랑스와 경제뿐 아니라 국방, 외교 야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아부다비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분관을 건설하는 13억 달러 프로젝트가 실행 중일 정도다. 이런 나라에서 대통령까지 와서 수주 을 독려한 결과 지난 11월 에는 프랑스로 원전 프로젝트를 줄 수 밖 에 없다는 UAE측의 간접 통보가 한국 정부에 전달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같은 사실을 보고 받고 원전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우리에게 시간을 달라. 원전 뿐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 협력할 수 있다. 기술도 프랑스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호소한 이 대통령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대표로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국방부 장관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사절단을 비밀리에 급파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에도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5차례나 더 전화를 걸고, 외교라인을 통해 정부 차원의 협력을 제안하는 친서를 전달하는 등 프랑스로 기울어가는 마음을 돌리려 애썼다. 특히 협상결과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26일에는 전격적으로 아부다비를 방문하는 성의를 보였다. 덴마크 코펜하겐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귀국한지 불과 1주일 만에 다시 1박3일의 살인적 일정을 무릅쓰고 아부다비를 찾은 것이다.


UAE측도 대통령의 성의에 화통하게 화답했다. 26일 아부다비 공항에는 모하메드 왕세자가 직접 영접을 나왔고, 40분 가까이 환담을 나눴다. 예정에 없었던 일이다. 숙소도 형제국이라 일컫는 걸프협력협의회(GCC) 소속 국가 원수에게만 제공하는 로열 스위트룸을 기꺼이 제공할 정도로 극진한 예의를 기울였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석유자원이 고갈된 이후에 무엇을 먹고 살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며 "양국이 앞으로 50년을 바라보고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이 원전 건설 프로젝트로 만났지만 형제와 같은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확신 한다"며 "50년, 100년 후, 오늘을 돌아볼 때 UAE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원전 수주 차원을 넘어 형제와 같은 관계를 맺자는 이 대통령의 진정성이 향후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UAE 지도층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했다.

원전 건설에 해박한 이 대통령의 능력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현대건설이 국내 원전 공사에 참여한 18기의 원전 가운데 12기가 이 대통령이 대표로 재직 중이던 기간에 건설됐다. 이 수석은 "이 대통령이 원전 건설에 처음부터 끝까지 해박한 지식과 식견을 갖고 있던 것이 이번 수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물론 UAE가 한국을 택한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가격경쟁력과 짧은 공기, 안정성 등이 깔려 있다. 모하메드 함마디 UAE 원자력공사 사장도 "한국의 입증된 능력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30년간 원전 운영을 통해 얻은 지식을 UAE에 전수해 줄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고 말했다. 여기에 프랑스가 핀란드에 건설하고 있는 원전 완공이 2년이나 지연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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